• 최종편집 2024-05-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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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주(왼쪽 사진)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중편소설> 천국의 별
 
탁록에서 귀화자가 계속 늘어갔다. 탁록성을 탈출하여 온 백성들은 헌원이 다시 전쟁 준비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이 그랬다. 헌원은 백성들을 들볶았다. 탁록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줌 누고 거시기 구경할 사이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들은 못 먹고 헐벗었다. 끊임없는 노력 동원에 몸은 말이 아니었다. 그들은 생지옥에서 해방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개중에 배달국에 동조하여 모반을 획책하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자들도 있었다. 헌원은 그런 자들을 색출하면 가차 없이 처단하였다. 헌원은 배달국만 무너뜨리면, 그들을 노예로 삼아, 자신의 백성들은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대대로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고 구슬려 달랬다. 백성들은 빤한 거짓말인지 알면서도 코 꿴 마소처럼 아니 끌려갈 수가 없었다. 목숨이라도 부지하려면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상장군 소호가 치우천왕을 알현했다.
천왕폐하, 헌원이 다시 난을 일으켰사옵니다.”
치우천왕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3년 전 자신의 앞에서 맹서하던 헌원의 가증스러운 모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치우천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말 인간 말종이로고…….”
치우천왕은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헌원은 그냥 두고만 볼 인종이 아니었다. 더 이상 속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배달국 백성들과 제후들의 눈이 있었다. 치우천왕은 전군을 인솔하여 헌원의 진중으로 쳐들어가기로 했다. 치우천왕은 군사들을 이끌고 탁록을 향했다.
 
헌원은 치우천왕이 오는 길목을 지켰다. 헌원은 탁록성 앞에 있는 큰 산의 골짜기에 요새를 만들어 치우천왕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산을 막 넘어온 치우천왕은 헌원군을 발견했다. 치우천왕은 말의 속력을 높였다.
적이 앞에 있다. 쳐라-!”
치우천왕의 군사들이 헌원군을 향해 질주했다. 적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 들고 있었다. 헌원군의 진지는 전과는 달랐다. 구리 방패를 든 많은 군사들에 에워싸 있었는데 철옹성과도 같았다. 방패는 햇살을 받아 번쩍번쩍 윤이 났다. 배달군은 눈이 너무 부셔 잠시 멈칫 했다.
치우천왕은 하늘을 향해 양팔을 올렸다.
구름아! 안개야!”
곧 운무가 몰려와 헌원군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배달군은 치우천왕의 조화술에 힘을 얻었다. 배달군은 함성을 내지르며 파죽지세로 헌원군에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적군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치우가 또 신통술을 부린다.”
헌원의 목소리도 섞였다.
우연의 일치일 따름이다. 두려워 말고 치우를 죽여라.”
헌원군은 방향 감각을 잃고 저희들끼리 창칼을 겨눠 싸우기 일쑤였다. 진작에 헌원군은 전의를 상실했다. 틈새를 비집고 배달군은 종횡무진이었다. 얼마 후, 구름과 안개가 걷혔다. 헌원군의 시체가 탁록의 벌판에 즐비했다. 치우천왕은 헌원을 찾았다. 이참에 녀석에게 단단히 혼을 내줄 심산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배달국 좌장군 거야에게, 등 뒤로 달려드는 헌원의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치우천왕은 소리쳤다.
헌원, 이 비겁한 자식아, 잠시 기다려라.”
치우천왕은 바삐 헌원에게로 말을 달렸다. 헌원의 졸개 몇이 치우천왕의 앞을 가로막았다. 치우천왕은 장검을 휘둘렀다. 칼날은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허공에서 몇 차례 번쩍 빛을 발했을 따름이었다. 졸개들의 목이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치우천왕은 헌원을 다시 보았다. 헌원의 칼날이 거야의 목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치우천왕은 말에서 몸을 날려 헌원의 칼을 거둬 냈다. 치우천왕은 공중회전 낙법을 써 착지했다.
헌원은 말 위에 거만하게 버티고 앉아 치우천왕을 향해 씩 비웃었다.
폐하께서 애마를 놓치셨군. 그 상태로 나를 꺾을 수 있을까…….”
치우천왕은 잠자코 칼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몸짓이었다. 그러나 헌원도 무술에 일가견이 있는 자였다. 아무리 보아도 공격할 틈이 없다는 것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헌원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치우천왕은 역시 무서운 사람이야…….”
헌원은 비로소 치우천왕이 자신과 전혀 상대도 될 수 없는,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헌원은 잽싸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군대는 이미 망가진 뒤였다. 치우천왕의 장수들마저 자신을 에워싸 오고 있었다. 처참한 심정이었다. 자신은 다시 치우천왕에게 등을 보이고 탁록성을 향해 질주해야 될 터였다.
 
배달군과 헌원군의 이와 비슷한 전쟁이 10년간 70여 회에 걸쳐 계속되었다. 자존심과 탐욕의 싸움은 아주 모질고도 끈질기게 이어졌던 거였다.
이제 헌원은 몹시 지쳐 있었다.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었던 것이다. 헌원의 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토 중원에 이어 배달국을 평정하여, 천자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목숨까지 내걸고,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왔던가.
헌원은 지금까지 패전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했다. 배달군은 무기와 전술이 탁월했다. 치우천왕의 운무작전도 아마 주된 패인의 하나일 터였다. 헌원은 병기를 더욱 세련되고 날카롭게 다듬었다. 돌틀과 활틀도 대량으로 제조했다. 거기에다 지남차(指南車)도 만들었다. 지남차는 항상 남쪽 탁록성을 향하는 전차였다. 치우천왕의 운무작전을 고려한 거였다. 그러나 헌원은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배달군의 가장 큰 무기는 다른 것이었다. 신선도와 치우천왕을 믿고 따르는 군사들의 정신력이었다.
헌원은 결국 마지막 항전을 치르기로 결심했다. 고양이에게 쫓기던 쥐가 벽에 몰리면 어쩐다던가. , 그런 거였다. 이번에도 배달군과 헌원군은 바로 지척에 대치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이었다. 치우천왕은 헌원군을 향해 소리쳤다.
헌원은 앞으로 나와라. 짐은 무고한 동족을 더 이상 살상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그대와 나, 둘이서, 겨루거나 담판을 짓자.”
치우야, 지남거로 무장한 우리 군사들을 보니, 겁이 나는 모양이구나.”
다시 이른다. 헌원은 앞으로 나와라!”
치우천왕은 헌원군 앞으로 말을 슬슬 몰았다. 부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헌원도 할 수 없이 치우천왕을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치우천왕과 헌원은 서로 마주보고 섰다.
치우천왕은 헌원을 달랬다.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 105805,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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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15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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