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시가 있는 풍경 권혁재 22.jpg
 
권혁재 시인
 
 
바람이
아스팔트 가장자리에 몰린 낙엽들을
사열하듯 타고 넘자 한 무더기의 잎들이
우르르 쏠렸다 흩어진다
그가 오래도록 앉아 있는 창가에는
늙은 볕이 들고 나무 탁자 위에는
하모니카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비는
그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좀체 내리지 않는다
가끔 앙상한 나무들이 건조한 바람을 맞을 뿐,
어떤 손짓이나 기도도 하지 않는다
꽃은
그가 부르는 노래의 화음판
그의 노래 속으로 조문을 하듯
꽃 한 송이 밀어 넣으면
유서처럼 쏟아지는 애틋한 사연들,
비에 젖은 그의 목소리가
시편 말씀으로 들린다.
 
 
 
■ 작가 프로필 

 평택에서 태어났고,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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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김광석을 듣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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