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연재소설] 천국의 별.jpg
 방영주(왼쪽 사진)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 <중편소설> 천국의 별(8)
 
왕년에 치우천왕도 자부선인에게 도를 전수 받았다는 설이 있던데…… 그래서 그가, 신통술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걸인은 헌원의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과장적인 부분들도 섞여 있습지요.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이란 없는 법입니다.”
헌원은 뭔가 번쩍 뇌리를 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우선 그것부터 얻어 와야겠군. 고맙소.”
헌원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시간이 없다. 그만 여기를 떠나자.”
헌원은 걸인으로부터 몸을 돌렸다. 그는 말에 올라 일행과 함께 한밝산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한밝산 신무성에 있는 치우천왕을 알현하러 가는 게 아니었다. 한밝산 정상 어느 곳에 있을 자부선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헌원은 생각했다. 자신이 천하를 제패하려면 우선 치우천왕부터 굴복시켜야 했다. 헌원은 아직 여러 면에서 치우천왕의 적수가 못됨을 잘 알고 있었다. 패잔병들로 구성된 유망의 군대로 어떻게 감히 배달군을 칠 염조차 낼 수가 있단 말인가. 더구나 선두에 서 배달군을 총 지휘하는 사람은 신장(神將) 치우천왕이었다. 그래서 헌원은 치욕을 무릅쓰고 치우천왕에게 제후국의 새로운 왕이 되었다는 신고식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어쩌면 편법을 사용한 자신은, 인정도 못 받고 내침을 당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헌원은 유옹성을 떠날 때 자신의 수하들에게,
천하가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다만 배달국의 상황을 정탐하러 가는 것뿐이다. 따라서 천하를 거머쥐기 위한 자료가 필요하여 원정을 떠나는 것이다. 보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때론 적 앞에서 무릎을 꿇을 줄도 알아야 한다.”
는 등의,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았었다.
수하들은 헌원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었다.
폐하,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헌원의 수하들은 내심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지금, 헌원의 사고는 점점 확장해 가고 있었다. 나도 치우천왕처럼 죽음에서까지 소생시킬 수 있다는 신통술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나와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치우천왕의 배알은 명분이잖은가, 이제 돌려 생각하니 전혀 그럴 필요도 없다, 괜히 뒤에 치우천왕에게 무슨 언턱거리를 줄 수도 있다, 제후국의 제후 주제에 어쩌고 하는.
한밝산 무릎께를 지나자, 더 이상 말이 오를 수 없는 지형이 펼쳐지고 있었다. 헌원은 말에서 내렸다. 헌원은 수행원들을 그만 유옹성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다만 치우천왕을 알현하기 위해서 같이 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거였다. 군사들을 이끌고 자부선인을 만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부선인은 군사들의 호위를 받고 나타난 자신에 아예 모습을 나타내지도 않을 거였다. 걸인의 말로 미루어 삼황내문경을 배우고 그것을 얻어 가려면 하루 이틀에 마감될 일도 아니었다. 수행원들 역시 유옹성에 돌아가 자신을 대신하여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헌원은 혼자서 한밝산 정상을 향해 힘겹게 올랐다. 그는 장군봉 아래에서 자부선인을 만났다. 목적이 있는 헌원은, 자신을 한껏 낮추며 말했다.
자부선인님, 저는 유옹국의 제후 헌원이옵니다. 부디 부족한 저를 위하여, 치우천왕에게처럼 신통술을 가르쳐 주옵소서.”
자부선인은 헌원을 마주하며, 처음부터 그의 전신에서, 피 냄새를 맡았다. 첫눈에 위험한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신통술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거였다.
자부선인은 한동안 망설이다,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자신을 찾아 먼 곳에 온 사람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를 따라 와요.”
자부선인은 헌원을 자신의 수도처인 삼청궁(三淸宮)으로 데리고 갔다. 자부선인은 헌원을 거기에 기거케 하며 마음을 씻는 도만 전수했다. 삼황내문경에서도 그런 부분을 기록한 것만 보여주었다. 자부선인은 헌원으로 하여금 스스로 깨달아 의로운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함이었다.
헌원은 자신의 목적과는 상반되는 자부선인의 언행에 부아가 치밀었다. 헌원은 기어코 삼청궁을 박차고 나가 자신의 성으로 돌아가 버렸다. 물론 삼황내문경을 얻지도 못한 채였다.
사관 신지는 자신의 말에 끝을 맺었다.
바로 이를 두고 이름이옵니다.”
치우천왕은 허허, 헛웃음을 짓고 말했다.
그래요. 하면 황제헌원이란 작자는 내 후배이기도 하군. 나도 왕위에 오르기 전 한때, 한밝산 삼청궁에서, 자부선인에게 도를 배운 적이 있으니까…… 내게도 삼황내문경과 금단의 선약이 있소. 하지만 그 책과 약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 자라야만 효험이 있는 거지요.”
그렇사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삼황내문경과 선약의 소문만 듣고 곡해하여 수많은 문제점들이 돌출 되고 있습니다. 환역(桓易)을 배반한 복희씨 쪽의 주역(周易), 다시 말씀 드려 소위 도가(道家)의 무리들이, 혹세무민하여 사람들을 미혹에 처박는 일이 많사옵니다. 특히 요즘 서토에서 횡행하는 둔갑술, 장풍술, 축지술, 연단복식술, 방중술 등이 대표적인 예이옵지요.”
제후국의 의무를 진작 파기하고 자부선인에게로 달려 가, 삼황내문경을 얼치기로 배운 헌원도, 그들 중의 하나가 되겠군.”
사관 신지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천왕폐하, 헌원이 오만방자하여져 천방지축 날뛸 내일을 위해, 무슨 대책이 필요할 듯도 하옵니다.”
치우천왕은 입을 굳게 다물고 미간을 찌푸렸다. 치우천왕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잠시 후였다. 치우천왕은 소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치우천왕이 물었다.
경은 헌원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 그에 대해 우리보다 알고 있는 바가 많을 것이오. 경은 그 자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 보오.”
소호는 치우천왕을 올려다보았다.
사관 신지의 말이 모두 맞사옵니다. 헌원은 극히 일부분이었지만, 한밝산에서 자부선인에게 천부의 도를 배운 자이옵니다. 게다가 그의 혈맥 한 가지에도 분명 동이족의 핏줄이 흐르고 있을 터이옵지요. 헌원은 본시부터 야망이 많았고, 그를 뒷받침할 만한 머리도 있었사옵니다. 다만 엉뚱한 곳에 그 좋은 것들을 사용할뿐이옵지요. 어쩌면 비열한 방법으로 유웅국을 접수한 사건도 바로 그것을 증명하는 한 예인지 모르겠사옵니다.”
헌원은 유웅국을 탈취하고는, 배달국의 비제후국임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공연히 떠벌렸다는데…….”
그것은 배달국에 대한 배반이며 정면도전이기도 하옵지요. 헌원은 왕권을 장악하자 곧 전시 비상사태를 선포했사옵니다. 그는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과 과도한 노역을 부담시켰지요. 헌원은 각 가구에서 한 명 이상씩의 남자에게 징병에 응하도록 하였습지요. 그것을 이행하지 못할 시에는 곡물을 내거나 징용에 나가야 했사옵니다. 남자가 없는 집도 예외가 아니었습지요.”
장수도 많이 보강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헌원은 천왕폐하를 본떠, 자신의 집안과 관리의 자제들 중에서 출중한 인물을 뽑아 장수로 임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했사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태호 복희씨의 후손인 풍후(風后)와 역목(力牧)이옵니다. 그들은 역사(力士)일 뿐만이 아니라, 배달국의 신선도를 익힌 사람들이기도 하옵지요.”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 105805,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45838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연재소설] 천국의 별(8회) - 방영주 소설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