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연재소설] 천국의 별.jpg
 방영주(사진 왼쪽)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 천국의 별(6회)
 
소호는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치우천왕이 우리를 너무 얕잡아 보고 있군."
 소호는 목소리를 높였다.
 "자, 돌격하라!"
 소호는 앞장서며 말의 고삐를 힘차게 당겼다. 그의 병마는 적진을 향해 질풍처럼 내달렸다. 소호의 군사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함성을 내지르며 대장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괴이한 일이었다. 치우천왕의 군대는 제대로 대적해 보지도 못하고 후퇴를 거듭하는 거였다.
 소호는 외쳤다.
 "이때다. 배달군은 여러 나라를 정복하고 먼 길을 내달려 왔다. 그들은 지금 배고프고 지쳤으며, 고향을 그리는 중병에 걸려 있을 거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배달군을 하나도 남김없이 처치하라."
 소호군의 추격은 가속이 붙었다. 그들은 태산 기슭으로 배달군을 몰아가고 있었다. 얼마 후면 태산이 배달군을 막아 줄 터였다. 소호군의 함성은 더욱 높아만 갔다. 헌데 소호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자신과 일전까지 벌였던 치우천왕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아닌 것 같았다. 용모는 치우천왕과 비슷했지만 전술이 어딘지 서툴렀다. 그렇다면 치우천왕의 평가는 여러 면에서 과장되어 있었다는 말인가. 소호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소호는 주위의 장수들에게 물었다.
 "배달군을 이끌고 있는 저 자가 치우천왕이 맞는가?"
 소호의 옆에 있던 한 장수가 답했다.
 "아니옵니다. 그는 치우비(蚩尤飛)이옵니다. 치우천왕의 여든 한 명 장수 중 하나이옵지요. 치우비는 치우천왕의 조카이기도 하옵니다. 그러다 보니, 모양새가 비슷한 것이옵지요."
 소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군사들은 이미 태산의 계곡 깊숙이 들어서 있었다. 소호는 말머리를 틀며 소리쳤다.
 "아뿔싸, 우린 속았다. 군사를 돌려라."
 소호는 이미 늦은 거였다. 양쪽 산에 매복해 있던 치우천왕의 군사들이, 돌을 굴리고 활을 쏘아 대며, 계곡으로 몰려들었다. 때맞춰 돌풍이 일고 안개마저 자욱했다. 마치 치우천왕이 신통술이라도 부리는 것 같았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면, 치우천왕이 천기를 미리 알아, 시간에 맞춰 소호군을 이곳으로 유인을 한 것인지도 몰랐다.
 소호군은 방향 감각이 흐려져, 저희들끼리 살육을 일삼았다. 치우천왕이 직접 소호군 앞에 나타났다. 치우천왕의 대검은 허공에서 종횡무진 난무했다. 그의 칼은 마치 신이라도 들린 듯했다. 치우천왕 휘하 81명 장수들의 칼과 창도 그랬다. 소호의 군사들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몸을 눕혔다. 여세를 몰아 배달군이 물밀 듯 몰려들었다.
 소호는 말고삐를 바짝 당겼다.
 "공상성으로 빨리 후퇴하라."
 소호는 겨우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장수와 병졸들을 이끌고 공상성으로 도망쳤다. 뒤를 바짝 치우천왕이 선두에 서 추격했다. 소호는 두려움에 떨고만 있는 유망에게 허겁지겁 전황을 보고했다. 벌써 성 밖에는 배달군의 함성이 드높았다. 유망은 소호에게 벌을 줄 기회도 없었다. 한시 바삐 공상성을 뜨는 것만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데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유망은 서둘러 말에 올랐다. 그는 성의 후문을 통과해 말에 채찍을 가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망설이던 소호도 유망의 뒤를 따랐다. 공상성에 곧, 백기가 나부꼈다. 남아 있던 군사들과 백성들이 자진하여 꽂은 거였다.
 치우천왕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흘렀다.
 "모두 입성하여 공상성을 접수하라."
 치우천왕의 뒤에 있던 치우비가 말했다.
 "천왕폐하, 유망은 간교한 자이옵니다. 혹여 무슨 흉계라도……."
 "이 상황에서 그가 무슨 잔꾀를……."
 치우천왕은 가슴을 활짝 펴고 유유히 성안으로 들어갔다. 배달국 군사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뒤를 따랐다. 성에 남아 있던 자들 중, 대표로 보이는 한 장수가, 치우천왕의 앞에 와 무릎을 꿇었다.
 "천왕폐하, 이 성과 저희들은 본시부터 배달국의 것이었사옵니다. 저희들은 공상성를 폐하께 돌려 드리고, 다시 신시의 백성이 될 것을 맹세하옵니다. 미욱한 인간들이라 물리치지 마시고 부디 저희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짐이 그래서, 손수 여기까지 온 것이오. 그간 폭군 유망의 치하에서 모두 고생이 많았소. 이제 걱정 마시오. 짐은 앞으로 신계의 백성인 그대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소."
 공상성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무릎을 꿇었다.
 "치우천왕 폐하……."
 "이제부터 각자의 생업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오."
 치우천왕의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각기 제 갈 길로 흩어져 갔다. 치우천왕의 군대는 곧 공상성에서 철수했다. 아직 토벌할 곳이 더 남아 있었던 때문이다. 치우천왕의 군대는 이르는 곳마다 연승하여, 3개의 성을 더 접수했다. 쓰러진 반란군의 시체가 들판을 가득 메우고, 그 피가 비와 함께 강물이 되어 대지를 적셨다. 배달국의 서토, 중화 땅에 살던 모반군들은, 치우천왕의 기만 보아도 간담이 서늘해져 도망쳐 숨지 않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잠시 어리석어 종주국인 배달국을 배반했지만, 애당초 그들도 같은 종족이었다.
 치우천왕은 전투에서 숨진 모반군들을 위해 삼신에 제사지내며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치우천왕은 재 접수한 제후국을 자치에 맡겼다. 배달국처럼 대표를 선출하여 화백(和白)하도록 했다. 제후국으로서의 의무도 다하도록 일렀다. 그들은 치우천왕의 엄명에 따라 배달국의 제후 국민으로서 충성을 다하기로 맹세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탁록은 문제가 많은 곳이었다. 기왕에 살던 동이족에 호씨족이 뒤섞이면서부터 계속 된 거였다.
 유망에 이어 또 다른 말썽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황제헌원이었다. 탁록은 아무래도 배반의 땅인 모양이었다. 유망은 탁록의 유옹(有雄)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병사의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유망은 다시 한 번 치우천왕에 싸움을 걸어 볼 심산이었다. 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추락한 명예와 선조인 복희씨·신농씨 등이 일으킨 나라를 되찾을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 유망에게는 문제가 연달아 발생했다. 소호와 헌원은 모두 유망의 수하들이었다. 소호와 헌원은 피차간에 유망의 뒤를 이을 경쟁 상대이기도 하였다. 유망은 무능하면서도 고집스러웠다. 게다가 잔혹하고 폭력적이었다. 그에게 소속된 신하나 백성들 어느 누구도, 그를 신망하여 따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앞을 조금이라도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유망은 곧 망하고 말 작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헌원은 자신의 충복들을 이끌고 선수를 치기로 했다. 유웅은 자신의 부친 계곤(啓昆)이 터를 닦은 곳이었다. 유웅에는 아직도 자신을 따르는 무리가 많았다. 헌원은 오래 전부터 세워 왔던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유망이 술에 취해 후궁을 끼고 잠든 사이에 시살했다.
 헌원은 유망에 이어 왕위에 오르며, 국호를 유옹국(有雄國)이라 하였다. 헌원은 아직 백성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는 소호를 견제했다. 헌원의 올가미는 점점 소호의 목을 옥죄어 왔다. 소호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생명의 위험을 느낀 그는, 배달국으로 말을 몰아 야반도주했다.
 소호는 치우천왕의 앞에 가 무릎을 꿇었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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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6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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