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연재소설] 천국의 별.jpg
 방영주(사진 왼쪽)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 천국의 별(5회)
 
치우천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면 계불수행이고 수증복본이고 하는…… 황궁씨(黃穹氏)부터 누대로 소망해 온 우리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겠지……."
 병관 치우는 간절한 표정이 되었다.
 "이번 기회에 그들을 아주 싹 쓸어버리고, 우리 조상들이 일찍이 터 잡아 살던 실지(失地)들을 되찾아야 하옵니다. 이는 전 대륙을 총 지휘 할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이기도 하옵지요. 갈석산, 난하, 요수, 탁록은 이미 우리의 수중에 들었사옵니다. 이제부터 공상, 기산, 화산 등지로 점차 세력을 확장해야 하옵니다. 천왕폐하, 제가 올리는 말씀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치우천왕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병관은 출병을 서두르도록 하시오."
 병관 치우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예, 천왕폐하!"
 병관 치우는 전군에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배달군은 공상성을 향해 진격을 계속했다. 치우천왕이 선봉에 섰다. 뒤를 치우가 따랐다.
 치우천왕은 자신의 대에서 꼭 이루어 내고 싶은 일이 있었다. 선대로 동북아 모든 제후국의 종주국인 배달국의 체면을 되찾고, 그들이 감히 모반을 할 염두조차 못 내게 할, 확실한 선을 그어 두고 싶었던 것이다.
 치우천왕의 소망이 하나 둘 성취되어 가고 있었다. 치우천왕은 유망과 결탁하여 배달국에 반기를 든 호씨족과 제후국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양수를 건너 진격을 계속했다. 연전연승하는 배달군의 위세는 질풍노도와도 같았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반군들은 끝내는 겁에 질려 스스로 굴복하였다. 그들은 이제 치우천왕 소리만 들어도 지레 오줌부터 지렸다. 치우천왕은 한 해 동안에 무려 아홉 개의 제후 땅을 평정했다. 끝에 유망이 남았다. 하지만 치우천왕은 전혀 지친 기색이 아니었다.
 치우천왕은 공상성을 포위하여 들어갔다. 치우천왕은 탁록을 지나고, 색도성(索度城)을 거쳐, 회대(淮垈)의 사이에 웅거하였다. 회대는 회수(淮水)와 대산(垈山)을 말함이었다. 그곳은 중원 대륙에서도 가장 기름진 평야 지대였으며, 황궁씨·유인씨(有因氏) 시대에 떨어져 나가 살던 토착민, 환인(桓因) 때 갈리어 나간 동이족, 환웅 배달국의 배달족 등이 이민을 가 살던 곳이었다. 특히 회수는 나라의 운명과 관련이 깊다고 여겨 동이족들이 해마다 모여 제사를 지내는 강이기도 하였다. 강의 근원은 동백산(하남성 남쪽)이었다. 이 강은 동쪽으로 안휘성 북쪽을 지나, 강소성으로 나가, 대운하에 합류되었다. 대산은 오악(五岳) 가운데 하나로 동악(東岳)인 태산을 가리켰다.
 늙은 돼지와도 같은 유망은 오늘 밤 젊은 육체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두 해 전 호씨족장의 딸을 후궁으로 맞아들였다. 두 세력의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정략결혼이었다. 유망은 후궁과 한바탕 격정적인 몸 풀기를 끝내고, 그녀의 유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후궁은 갑자기 몸을 움츠렸다.
 "폐하, 두렵사옵니다."
 유두와 젖꽃판 사이를 소요하던 유망의 손이 잠시 멎었다.
 "뭐가?"
 "치우가 바로 코앞에 와 있잖사옵니까."
 "내 진작부터 그가 여기까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네. 아무리 배달군이라지만 한 해 동안에 자네의 호씨족을 거쳐 무려 아홉 개의 제후국을 정복해 왔어. 치우의 군사들은 지금쯤 지쳐 향수병에 걸려 있을 테지. 그들은 자신을 전쟁에 끌어들인 치우를 몹시도 원망하고 있을 거야. 다시 말해, 배달군의 사기는 말이 아니란 거지."
 유망의 손은 후궁의 배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치우를 꺾을 수 있을 거야."
 "꼭 그렇게 하여야 합니다. 족장인 제 어머니도 치우의 칼에……."
 "걱정하지 말라. 내 이번 전쟁에서 꼭 치우의 목을 치겠어. 하면 천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나의 것이지. 짐의 백성들로부터 신망을 다시 획득함은 부언할 필요조차 없어. 아니 그런 것쯤은 못 얻어도 좋아. 천제 앞에서 감히 어느 누가 제 명을 재촉하며 미쳐 날뛰겠는가. 내 왕비를 내쫓을 셈이네. 앞으로 자네는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의 황후가 되는 것이지."
 유망은 스스로에 도취되어 꽤 오랫동안 으흐흐, 웃었다. 도박이란 그런 거였다. 망상에 홀려 들어 판단력이 흐려지고,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낙하하고 마는 것이었다. 그래, 유망은 분명 도박을 하고 있었다.
 "신첩은 폐하만 믿겠사옵니다."
 "암, 그래야지."
 유망의 손은 다시 행동을 개시했다. 그것은 무성한 숲을 지나 질척한 곳으로 빨려 들고 있었다. 후궁은 거센 비음을 내며 유망의 품에 안겨 들었다. 유망은 후궁의 몸에 올라 타 2층을 지으며 신음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한 쌍의 수퇘지와 암호랑이는 바야흐로 그들만의 두 번째 거사를 치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닭의 울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치우천왕은 편법을 쓰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유망은 적수가 못되었다. 치우천왕은 유망에게 금일 진시에 공상성을 공격하겠다고 통보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배달군을 맞으라는 뜻에서였다.
 유망은 소호를 배달군의 토벌대장으로 임명했다. 유망은 소호가 배달군이 공상성에 도착하기 전에 격파해 주기를 기대했다. 아니면 배달군이 공상성에 다다르면 지쳐 전의라도 상실하게 만들어 줬으면 하고 바랬다.
 유망은 소호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소호는 충분히 그럴 만한 기량을 가진 장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소호는 본래 부모가 누구인지도 잘 몰랐다. 다만 그가 어렸을 때 '너는 복희씨의 여와계 자손이다'라는 소리를 주위 사람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소호는 복희씨, 소전 막배, 신농씨와도 핏줄이 이어지는 사람이었다. 뒤에 치우천왕과 한 판 격렬한 전쟁을 치르게 되는 황제헌원(黃帝軒轅)과도 혈맥이 닿는 사람이었다.
 소호의 본명은 질(質)이었다. 질은 스스로 태호 복희씨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랐다. 질은 나중에 자신의 이름을 태호(太昊)의 다음 가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소호(少昊)라 바꿨다. 소호는 복희씨의 도법을 자수(自修)했다. 배달국의 무예도 혼자 익혔다. 본시 총명한 그는 문무 모두가 일정한 수준에 다다라 있었다. 소호는 진작부터 유망의 눈에 들어 고급 장교로 임명되었다가, 급기야 이번 전투에, 총사령관으로 발탁된 거였다. 말하자면 그는 고아로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소호는 대군을 이끌고 공상성에 나가 진을 치고 치우천왕의 군대를 기다렸다. 소호와 그를 따르는 장수들은 제법 구리와 철로 된 병기도 갖췄다. 원군과 용병으로 군대도 보강시켰다. 소호의 군사들은 승전 후에 자신들에 돌아올 몫을 가늠하며 사기도 제법 양양해 있었다.
 소호는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을 태산 한 자락에 던졌다. 거기에 뽀얀 먼지를 안개처럼 일으키며 배달군이 진격해 오고 있었다. 소호는 우선 치우천왕부터 찾았다. 그를 목표물로 정해 말을 내달릴 셈이었다. 소호는 무엇보다 치우천왕의 목을 쳐 전투에 큰 공을 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예상한 대로 치우천왕이 선두에 있었다. 그를 따르는 군사들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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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5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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