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3(월)
 
[연재소설] 천국의 별.jpg
 방영주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임금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배달국 사람들은 누구나 분주해졌다. 그들은 활어처럼 살아 퍼덕이는 듯했다. 처음 환웅천왕이 신시를 개척할 때와도 같았다. 그들은 새나라 건설에 총 매진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시간적 물질적 사소한 이해관계 때문에, 불평불만을 터트리지 않았다. 그저 치우천왕만 믿고 따를 뿐이었다. 원래가 그런 민족이었다. 배달족은 올바른 지도자만 만나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온몸을 내던져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그랬다. 그들은 다름 아닌, 환웅천왕 한 사람만을 믿고, 여러 가지 악조건과 힘겹게 싸우며, 이 한밝산까지 따라 온 사람들의 자손이었다.
 치우천왕은 나름대로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고 생각했다. 치우천왕은 병관 치우를 불렀다. 치우는 치우천왕을 알현했다.
 치우천왕이 말했다.
 "지금 서토(西土)는 어떻소?"
 "유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유망은 수도를 공상(空桑;진류)으로 옮기고 뭔가를 획책하는 듯하옵니다."
 "내 이미 예상했던 일이오. 경은 오늘 즉시 군사를 이끌고 난하와 요수를 건너요. 그래서 유망의 본거지인 공상의 근처, 탁록(하북성 탁록현)에 진출하여, 잠시 머무르며 그들의 동태를 살피도록 하오."
 치우천왕이 직접 선두에 나서, 공상을 향해 총공격 명령을 내려, 단번에 유망의 무리를 싹 쓸어 없애 버릴 수도 있었다. 배달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그러고도 남았다. 어느 군대도 상대가 될 턱이 없었다. 그러나 치우천왕은 아무 죄도 없는 유망의 백성들이 마음에 걸렸을 터였다. 제후국의 하나인 그들도 본래 9환(九桓·九夷) 동이족(東夷族)의 하나였다. 치우천왕은 유망에게 일단 경고부터 하고 싶었던 거였다.
 병관 치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폐하, 무슨 말씀이시온지 잘 알겠사옵니다."
 "신농씨(神農氏)의 나라를 이어받은 유망은, 종주국인 우리 배달국의 명령을 고의적으로 무시하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오만 방자하게 굴었지요. 게다가 자신의 백성들에 대한 독재와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어요."
 "과중한 세금과 부역으로 백성들은 허리가 휘어가고 있사옵니다. 유망이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도저히 살아갈 방도가 없사옵니다."
 "그들도 우리의 형제요. 그런데 전혀 앞이 내다보이지 않아요."
 "유망의 백성들은 후생 복지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우리 배달국을 가슴에 그리고 있사옵니다. 유망은 그런 불만 세력은 서슴없이 제거시켜 버리게 하옵니다. 자신의 측근에 있는 신하들에도 그러하옵지요."
 "무능한 폭군의 전형적인 한 양태지."
 "신하들도 민초들을 그렇게 다룹니다. 국론은 분열되고, 급기야 백성들은 짐을 싸 배달국으로 야반도주해 오기가 일쑤였사옵니다."
 "가시오. 가서 타일러요."
 치우천왕은 목소리를 높였다.
 "유망은 들어라! 그대의 나라는 복희씨, 신농씨로부터 대대로 배달국의 제후국이 아닌가! 그대는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선왕들처럼 제후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삼신님을 올바로 섬겨라! 하여, 주변국과 그대의 백성들에게 홍익인간의 선정을 베풀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치우천왕님의 뜻이다!"
 치우천왕은 평상의 음성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말이오."
 병관 치우는 허리를 굽혔다.
 "천왕폐하, 알겠사옵니다."
 병관 치우는 치우천왕의 명령을 받들어 실행에 옮겼다. 치우는 난하와 요수를 건너 탁록에 임시로 거처했다. 치우는 수하 몇을 대동하고 유망을 찾아갔다. 유망의 충혈 된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다. 그는 전체적으로 지방 주머니 같았다. 작달막한 키에 살이 잔뜩 올라 있었다. 치우는 저것이 백성들의 고혈이라고 생각되자 울컥 구토증이 솟았다. 치우는 애써 메스꺼움을 참으며 치우천왕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유망은 치우를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치우천왕이 직접 찾아 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치우는 대장부다운 풍채에 근엄하고 완강했다.
 유망은 기부터 죽었다.
 "알았소. 내, 그리, 하리다."
 유망은 일단 그렇게 대답을 했다. 한동안 치우천왕이 전한 말들을 이행하는 척도 했다. 그러나 병관 치우가 군사를 이끌고 탁록에서 배달국으로 철수하자 상황은 돌변했다. 유망은 결국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유망은 전쟁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는 첩자를 배달국에 보내 전술과 무기 제조법 등을 알아 오도록 했다. 유망은 군사들을 강훈련 시켰으며 신무기도 만들게 하였다. 더구나 그는 병관 치우가 주둔했던 탁록으로 진출하여 성까지 쌓았다. 치우천왕은 이런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치우천왕은 사신을 탁록성에 보내어 유망을 회유해 보려고 애썼다. 그런 노력은 네 번이나 모두 무위로 끝났다. 치우천왕은 마음을 달래어 꾹꾹 눌러 참았다. 치우천왕은 끝으로 다섯 번째의 사신들을 보냈다.
 사신을 대하는 유망의 얼굴은 몹시 구겨졌다.
 "이 건방진 치우의 졸개들아, 내 이미 알았다고 하지 않았냐."
 유망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누굴 뭐로 보는 거야. 내 장차 이 중원을 평정하여 호령할 대 황제님이시다. 배달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그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다."
 유망은 칼을 빼어 들고 턱짓으로 밖을 가리켰다.
 "저 드넓은 중원 땅을 차지하려면 우선 건방진 치우의 배달국부터 쳐야 된다. 그래, 나도 이제 참을 만큼은 참았다. 네놈들은 얼마 후에, 저승에서 치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유망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배달국 사신들의 목을 베어 버렸다. 무모한 도발이었다. 유망은 화를 자초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명을 재촉한 거였다. 바야흐로 망국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기도 하였다. 유망은 치우천왕에게 자신의 나라를 칠 확실한 명분을 준 것인 때문이었다.
 치우천왕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확실한 도전이었다. 그대로 있으면 안 될 일이었다. 무엇보다 백성들에 체면이 서질 않았다. 치우천왕은 가급적이면 동족에게만은 피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모두 천국의 백성이 되어 홍익인간하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유망은 말로 해서 될 사람이 아니었다. 참는 데에도 한도가 있는 법이었다. 때론 단죄의 칼도 필요할 터였다.
 치우천왕은 선두에 서 출전했다. 기마병과 보병의 긴 행렬을 이뤘다. 그들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 광활한 평야도 거쳤다. '蚩(치)' 자를 쓴 깃발들이 용처럼 긴 행렬을 이뤘다. 장엄한 광경이었다. 연변에 늘어선 인근 제후국의 동이족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유망의 잦은 침략으로 생사의 사이를 오가던 그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폭군 유망은 제거되고 말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치우천왕은 유망의 성 근처에 당도했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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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천국의 별(3회) - 방영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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