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연재소설] 천국의 별.jpg
  방영주 소설가의 중편소설 <천국의 별>이 약 6개월에 걸쳐 연재됩니다. <천국의 별>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이야기로, 치우천왕이 동북아를 평정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저가(猪加)가 치우천왕에게 회의 준비가 다 되었음을 고했다. 치우천왕이 나와 용상에 앉았다. 마치 거대한 산 같았다. 용모뿐만이 아니라, 기상도 그랬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눈을 내리깔며 허리를 굽혔다. 그들은 치우천왕의 입에서 처음으로 무슨 말이 튀어나오나 가슴을 졸였다. 그것이 치우천왕의 재임 기간 중 역점을 두어 추진할 화두였고, 자신들은 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일일 터인 때문이었다.
 
 치우천왕의 굳게 다물었던 입이 열렸다.
 "짐은 등극하기 전부터 배달국이 점점 해이해져 가는 것과, 그로 인해 무력해지는 사태를 막을 방도에 대해 부심해 왔어요. 짐은 무엇보다 먼저 신시의 전통을 더욱 굳건히 계승하여,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우리의 천국(天國)인, 이 배달국의 기강을 쇄신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따라서 제천의식을 더욱 숭상하여야 합니다. 그를 바탕으로 환웅천왕님이 천명한 홍익인간의 이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여야 해요. 이는 국민 각자,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궁극적으로는 범세계적, 범인류적인 소망이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방력의 강화가 시급한 문제예요. 나라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거지요."

 사관(史官) 신지(神誌)는 치우천왕의 말을 녹서(鹿書)로 속기하고 있었다. 마가와 우가는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웃었다. 자신들의 예상이 적중한 거였다. 
 치우천왕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구체적인 대안들이 필요해요. 우선 병관 치우는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문제가 많은 호씨족을 따로 분리하여 하삭(河朔)에 살도록 조치해요.“
 호씨족은 환웅천왕 시대에 '신계(神戒)의 백성이 되고자 했던' 호랑이를 섬기는 부족이다. 그들은 100일간의 시험에서 부족한 족장으로 하여, 실패의 쓴잔을 마셔야 했던 족속이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천성이 사납고 잔혹한데다가, 무엇보다 배달국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고래로부터 신시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가 많았다. 그들은 본시 말로써 들을 인종이 아니었다. 힘으로라도 밀어내야 했다. 이제부터 호씨족은 아예 인간 취급도 못 받게 되는 위치로 전락하여 가고 있는 중이었다.
 병관 치우가 물었다.

 "폐하, 하삭이라 함은 어디를 가르치는 것이온지요?"
 "황하의 물줄기가 가장 큰 굽을 이루는 곳으로, 그곳은 기름진 평야 지대이기도 하지요. 알고 보면 호씨족도 우리와 더불어, 전 인류의 조상이신 나반(那般)님과 아만(阿曼)님에서 갈리어 나간, 같은 형제들입니다. 하면은, 그들에게도 최소한 먹고살게는 해줘야 되지 않겠소. 그게 진정한 홍익인간의 이념이 아니겠소."
 "지당한 말씀이옵니다. 하오나, 그마저 거부하고 경거망동한다면 어찌하옵니까. 유망은 벌써부터 배달국의 불만 세력이며 호전적인 호씨족과 결탁하여 우리 종주국을 침략할 기회만 노리고 있사옵니다."
 "심증만 가지고 그들을 마구 살상할 수는 없는 일이오."

 치우천왕은 잠시 말을 끊고 생각했다. 그는 사실 배달국의 강역에서 유망의 세력과 호씨족을 몰아낼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유망은 자청하여 묘혈을 파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치우천왕은 차제에 그들을 모두 평정하고 종주국으로서의 위엄과 권위를 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다만 무슨 업보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백성이 된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더구나 유망의 백성은 동이족에서 갈리어 나간 이들이었다.
 치우천왕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빛났다.

 "짐은 군사력을 통한 실력행사도 불사할 셈이오. 짐은 여러 방면의 인재들을 발탁하여 주요 직책에 등용할 것이오. 특히 대대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명문거족과 짐의 가족 중에서 무예에 출중한 자 여든 한 명을 선발하여, 곧 개편될 군대의 장수에 임명할 터이오. 병관 치우는 그 장수들에게 병사들을 훈련 감독하는 임무를 다하게 하고, 유사시에는 배달국을 위하여 임전무퇴하여 목숨 바쳐 헌신할 것을 가르치도록 하시오."
 "신 치우, 신명을 다하여 폐하의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은 말해 보시오."
 중신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치우천왕이 말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기로 하겠소.“
 
   치우천왕은 자리를 떴다. 모여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감돌았다. 그들은 뭔가 모를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귀가하는 그들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마가와 우가, 그리고 치우가 더욱 그랬다. 치우천왕은 갈로산(葛盧山)에서 광석을 캐내어, 무기에 앞서, 농기구를 먼저 만들도록 했다. 국민들이 우선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임금 된 자로서의 도리라 생각한 때문이었다. 그를 바탕으로 국방력의 강화도 가능한 거였다. 치우천왕은 농관(農官)인 우가를 시켜, 보다 편리한 농기구와 그를 통한 과학적 영농법을, 연구 보급토록 했다.

 몇 해가 지나자, 배달국의 백성들은 생산성이 현저히 향상되어 갔다. 그들은 배불리 먹고도 남았다. 세금을 내고 남은 곡물은 저마다 곡간에 비축하여,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가뭄이나 홍수 등에 대처케 했다.

 마가를 통해서는 소도단(蘇塗壇)에서 장차 국가의 동량이 될 청소년들의 심신 수련에 열성토록 했다. 삼신(三神)을 위한 계불행사에도 정성을 다하였다.

 치우천왕은 민생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국방력의 강화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병관 치우에게 군사 훈련에 병행하여 새로운 병기도 다양하게 제조토록 했다. 치우천왕은 대궁(大弓), 오구장(五丘杖), 돌을 날리는 기계, 활틀을 놓고 활을 쏘는 태노(太弩) 등을 만들었다. 구리로 된 투구와 철로 된 갑옷도 갖췄다. 이들 신무기로 전술 연마에 최선을 다하도록 했다.

 내막을 모르는 다른 족속들은 치우천왕이 동두철액(銅頭鐵額), 즉 구리로 된 머리와 쇠로 된 몸통을 가진 괴물이라고 쑤군거렸다. 아무튼 이제 배달국의 병사들은 높은 정신력에 다양하고 우수한 무기를 소유한 막강한 군대가 되었다. 감히 대적할 그 어느 종족도 없었다.

 유비무한이었다. 치우천왕은 병관 치우시절부터 자신이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씩 성공리에 추진하여 가고 있었던 거였다.
 
 
■ 방영주 소설가·시인 약력
 
 <월간문학> 소설 당선, 소설집 <거북과 통나무> <내사랑 바우덕이> <카지노 가는 길>, 장편소설 <무따래기>(상·하권) <우리들의 천국> <카론의 연가> <국화의 반란> <돌고지 연가> <대무신왕> 등,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연락처 ☎ 011-227-0874, 주소: 450-760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281 삼성(아) 105동 805호, 이메일: youngju-5@hanmail.net)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16674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연재소설] 천국의 별(2회) - 방영주 소설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