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8(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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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산야에서 5월을 대표하는 아까시나무의 꽃이 진 후 찔레꽃이 한창 꽃향기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식물명에서 찔레꽃과 찔레 혹은 찔레나무로 혼용되고 있지만 2023년 2월 23일 국립수목원의 국가식물표준목록에는 찔레꽃을 정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생태계의 흐름을 알고 준비하는 필자에게 찔레꽃이 주는 가장 큰 의미가 멸종위기Ⅰ급 수원청개구리가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에 들어가는 시기라면, 농사짓는 일을 평생의 본업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짙은 향기의 찔레꽃은 모내기 철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찔레꽃이 짙은 향기와 풍족한 꽃가루를 제공하기 전에도 이미 산수유, 왕벚나무, 콩배나무, 팥배나무, 이팝나무 등의 수없이 많은 나무꽃이 꽃꿀과 꽃가루를 주변 곤충에게 부족함 없이 나눴지만, 찔레꽃만큼 기대감과 함께 큰 만족감을 준 나무꽃은 흔치 않을 것이다.


1. 최고의 화분매개곤충 ‘양봉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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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꿀과 꽃가루를 얻고자 찔레꽃을 찾은 양봉꿀벌(2022.5.9 배다리마을숲)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를 통해 “꿀벌이 집단폐사 하는 현상을 막으려면 벌을 위한 꽃밭과 밀원수 숲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꿀벌을 살리는 초등학교 꽃밭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고장 전역의 산과 들에 흔한 찔레꽃은 꿀벌은 물론이고 많은 곤충에게도 매우 유용한 밀원식물이다.


2. 뒝벌로 불리었던 ‘우수리뒤영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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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집을 이루고 사회성을 지닌 우수리뒤영벌(2022.5.9 배다리마을숲)

 

호박벌, 삽포로뒤영벌 등과 함께 농가에서 연중사육이 가능한 토종 뒤영벌의 한 종으로 암수 모두 황갈색으로 복부 등면에 3개의 두렷한 검은 띠가 있어 구별된다. 군집을 이루어 생활하는 사회성 곤충으로 날갯짓이 빠르고 행동반경도 수 킬로미터에 이르며, 박각시, 어리호박벌 등과 함께 꽃에 내려앉지 않고 정지 비행상태에서 꿀을 빠는 특성이 있다.


3. 뒷다리 대퇴부가 부풀어 오른 ‘노랑배수중다리꽃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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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에 내려앉아 꽃가루를 즐기는 노랑배수중다리꽃등에(2022.5.9 배다리마을숲)

 

5월에 흰색으로 피는 나무꽃 중에서 찔레꽃은 향기도 좋지만, 특히 넉넉한 꽃가루를 제공한다. 벌이나 꽃등에는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으로 식물의 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너무도 소중한 위치에 있다. 최근 들어 꿀벌의 소멸 위기로 인하여 꽃에 내려앉아 맛있는 꽃가루를 핥아먹고 있는 꽃등에 무리를 꿀벌보다 더 쉽게 만나게 된다.


4. 앞쪽 줄무늬가 끊어진 ‘물결넓적꽃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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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무늬에 넓적한 배를 지닌 물결넓적꽃등에(2024.5.10 배다리습지)

 

허벅지의 굵은 알통다리로 인해 ‘수중다리꽃등에’라면, ‘물결넓적꽃등’에는 물결무늬에 넓적한 배를 지닌 꽃등에이다. 언뜻 보면 벌과 꽃등에가 비슷해 보이지만 파리류에 속한 꽃등에는 앞날개와 뒷날개 두 쌍을 가진 벌과 달리 한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또한 더듬이도 벌보다 더 짧으며, 눈이 파리처럼 크기 때문에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5. 산지 숲에서 만나는 ‘알통다리꽃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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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꽃에서 꽃가루를 먹고 있는 알통다리꽃하늘소(2013.5.20 덕동산마을숲)

 

딱정벌레목 하늘솟과에 속한 곤충은 꽃에 모이는 습성이 있다. 특히 꽃향기와 함께 넉넉한 꽃가루가 준비된 찔레꽃은 하늘솟과에 속한 가족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덕동산마을숲에서 자라고 있는 찔레꽃을 중심으로 지켜본 결과 긴알락꽃하늘소와 붉은산꽃하늘소를 중심으로 가시범하늘소, 꽃하늘소, 육점박이범하늘소, 알통다리꽃하늘소 등을 만날 수 있었다.


6. 숲보다는 초원에서 만나는 ‘남색초원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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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밭의 찔레꽃에서 만날 수 있는 남색초원하늘소(2016.5.15 진위천 냇가)

 

찔레꽃을 찾는 하늘소 무리 중 남색초원하늘소는 산지 숲속이나 숲 언저리에서 살아가는 무리와는 달리 초여름부터 풀밭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찔레꽃이 한창 피고 있을 때 진위천 냇가 풀밭에서 만날 수 있었다. 흰색과 남색이 섞인 더듬이는 무엇보다 먼저 눈에 띄고 세 번째 마디와 네 번째 마디는 동그란 털 뭉치가 붙어 있다.


7. 등짝의 얼룩무늬가 특별한 ‘가시범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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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피어난 찔레꽃에서 꽃가루를 즐기는 가시범하늘소(2017.5.14 덕동산마을숲)

 

지난 2021년, 백악기의 작은 딱정벌레가 밝혀준 꽃식물과 곤충 밀월 관계를 통해 약 9천800만 년 전부터 딱정벌레는 꽃가루를 옮겨주는 화분 매개 곤충이었음이 과학 저널 ‘Nature Plants’를 통해 확인된 바가 있다. 등짝의 얼룩무늬가 중국 경극의 가면 같아 보인다는 하늘소로 초여름부터 활동하며 숲길 주변의 국수나무 등 여러 꽃에 모여들어 꽃가루를 즐긴다.


8. 꽃 속에 묻혀 지내는 ‘얼룩점박이꽃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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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풍뎅이로 꽃과 수액에 잘 모이는 얼룩점박이꽃무지(2022.5.17 배다리마을숲)

 

우리나라에서 20종 정도가 알려진 꽃무지 무리는 ‘꽃’과 ‘묻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꽃에 모여 열심히 꽃가루를 먹는 모습에서 ‘마치 꽃 속에 묻혀 지내는 듯하게 보여’ 생긴 이름으로 추정된다. 몸 색의 변이가 흔한 풀색꽃무지 또한 산지 숲속의 찔레꽃 여기저기에서 꽃가루를 먹는 것을 보면 꽃가루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9. 딱지날개가 검은 ‘꽃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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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지날개가 검고 주변의 꽃을 즐겨 찾는 꽃벼룩(2022.5.9 배다리마을숲)

 

꽃에 앉았을 때 그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작은 곤충도 찔레꽃을 찾는다. 꽃벼룩과의 딱정벌레의 한 종으로 특히 새하얀 찔레꽃의 꽃잎에 딱지날개가 검은 꽃벼룩이 붙어 있으면 더 쉽게 눈에 띈다. 벌과 꽃등에, 나비 등과 함께 꽃에 모여드는데 찔레꽃에 많고, 개망초, 조뱅이, 도깨비가지, 재배식물인 쑥갓의 꽃에서도 확인된다.


10. 빨간 열매로 산새를 부르는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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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새 중에서 특히 딱새가 즐겨 찾는 찔레꽃 열매(2006.10.3 덕동산마을숲)

 

향기와 넉넉한 꽃가루가 곤충을 유혹한다면 빨간색의 작은 열매는 딱새와 직박구리, 노랑지빠귀와 개똥지빠귀 등의 산새들이 즐겨 찾는다. 요즘 조경수로 관심을 끌고 있는 수목은 ‘새를 부르는 나무’라 하여 붉은색의 작은 열매를 많이 다는 나무들이다. 찔레꽃, 화살나무, 산수유나무, 미국낙상홍 등의 열매는 겨울까지 남아 산새들에게 유용한 식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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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꽃가루로 딱정벌레를 불러들이는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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