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들과 물이 많고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는 우리 고장에 족제비싸리 많이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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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6월은 밤꽃이 피는 계절이다. 지난달 평택 전역의 산과 들을 짙은 향기와 함께 하얗게 수놓았던 아까시나무의 꽃이 졌나 싶었더니 잠시의 기다림도 없이 더욱 짙은 꽃내음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2월 하순부터 매화와 회양목의 꽃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아까시나무와 밤꽃의 개화는 꽃꿀을 찾아다니는 꿀벌에게 최고의 여름 먹거리 장터인 것이다.


◆ 꿀벌이라는 화분매개 곤충


우리가 꿀벌이라고 부르는 종은 넓게 보면 벌목 꿀벌과에 속한 곤충으로 대부분이 고도의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이며, 때로는 계급형을 형성하기도 한다. 식물의 꽃을 찾아 꿀을 빨아 먹으며 꽃가루를 모으는 과정에서 식물의 수분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화분매개 곤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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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원식물 족제비싸리의 개화기를 맞춰 꽃을 찾은 양봉꿀벌(2023.5.23)

 

화분매개 곤충이란 꽃가루나 꿀과 같은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식물의 꽃에 있는 꽃가루를 자연스럽게 몸에 묻히고, 이를 다른 식물의 꽃에 옮겨 열매나 종자의 결실을 돕는 곤충을 말한다. 사과와 복숭아, 아몬드, 호박, 딸기 등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은 물론이고 야생에서 종다양성을 이어가는 수없이 많은 풀꽃·나무꽃이 이들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꽃가루받이를 돕는 동물 중에서 꿀벌은 대표적인 화분매개 곤충으로 이 외에도 뒤영벌, 가위벌과 같은 다양한 벌류가 이에 속하고, 나비와 나방, 꽃등에와 같은 파리류 또한 아주 오래전부터 식물과 함께 진화해 왔으며, 벌새와 동박새 같은 조류와 박쥐 등의 포유류도 화분매개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화분매개 활동은 생물다양성, 특히 생태계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와 조성을 위해서 그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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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변에서 꽃을 피운 코스모스를 찾은 양봉꿀벌과 배추흰나비(2020.7.1)

 

◆ 꿀벌의 아름다운 역할과 다가선 위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63%는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으며, 식물의 수분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들이 열매를 맺지 못해 식물 생태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되고, 에너지 순환의 틀인 먹이사슬에 문제가 생기게 되어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꿀벌은 식물들의 번식을 풍매화에서 충매화로 바꾸는 데 혁신적인 공을 세운 곤충으로써 꽃가루를 나르는 곤충 중에서도 가장 꽃에 친화적인 곤충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지난해에 꿀벌 80억 마리 정도가 죽거나 사라졌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가 주는 신호로 실제로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상기후의 예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번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각종 종자와 과실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많은 동물의 먹이가 부족해져 생태계 교란은 더 가중될 것이며,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결국 농민은 물론이고 소비자 또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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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에서 개화 중인 말냉이의 꽃가루받이를 돕는 양봉꿀벌(2020.3.18)

 

꿀벌이 줄어드는 이유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학자들은 대표적으로 4가지 원인을 들고 있다.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살충제 및 농약’, ‘인간 활동에 의한 서식처의 파괴 및 생물다양성의 감소’,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 ‘꿀벌응애 같은 기생충의 대량 발생에 의한 피해’로 상당수의 학자는 위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지만 꿀벌이 감소하는 요인으로 기후변화의 지표생물로 높아진 기상 변동성과 잦은 이상 현상 등의 원인을 넘어 가깝게는 꿀벌의 서식지 감소에 따른 먹이자원 부족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서식지 감소의 원인으로는 단일작물 경작지 확대에 따른 밀원의 다양성 감소, 꿀벌 밀도 증가에 따른 먹이경쟁 심화 등이 있는데 이 두 가지 요인 모두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라는 것이다.


국내외 양봉산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해 양봉산업과 꿀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각 지자체는 ‘특화 밀원숲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산림청은 국유림을 대상으로 매년 150ha 이상의 밀원숲을 만들어 나감과 함께 탄소흡수원, 목재생산림 등에도 밀원수를 적극적으로 식재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또한 밀원수 확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밀원 생산성이 우수한 수종을 발굴하고 밀원단지의 생산성 증진을 위한 조성·관리 체계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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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제비싸리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의 군락지(2023.5.23)

 

◆ 꿀벌을 위한 숨은 병기, 족제비싸리


들과 물의 고장이며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우리 고장은 여느 식물에 비해 물길을 따라 족제비싸리가 많이 자라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사방공사와 황폐한 땅을 복구하는데 이용되었던 식물이며, 1960년 식목일 대신 지정한 사방의 날에 참싸리, 아까시나무 등과 함께 사방식재 식물로 선정된 나무가 또한 족제비싸리이다. 이들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콩과식물이지만 이들 모두가 꿀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밀원식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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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는 양봉장 벌통 주변의 꿀벌(2008.3.16)

 

사라진 꿀벌을 돌아오게 하여 생태계에서의 안정적인 역할을 위해 밀원수의 선택은 중요하다. 아까시나무에 지나치게 편중된 구조로 인해 양봉산업계는 다양한 시기에 개화하는 밀원식물의 식재에 소극적인 면이 있다. 아까시나무의 꽃에서 밤꽃으로 넘어가는 중간시기에 하천이 발달한 우리 고장 전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넉넉한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족제비싸리의 특화 밀원숲이야말로 생태계 보전은 물론이고 꿀벌을 위한 숨은 병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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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꿀벌을 위한 숨은 병기, 족제비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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