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꽃차례로 떨어진 동백

떨어진 동백 꽃잎만큼 붉은,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반백 년을 캐내도 없던 수족이

무연고 유해에 섞여

몇 조각 남지 않은 뼈가

마지막 고통에 스며든 유언을 하듯

검붉은 부고장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동백꽃 디딘 발걸음

그해 사월도 그랬을까요

물질을 나가다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줄에 널린 미역처럼

한없이 흔들리며 간기를 빼냈습니다

뜯겨 마당에 떨어진 아버지의 옷고름과

한 집안의 살림을 흩뿌린

부엌의 깨진 그릇들


시간이 지나도 아픔은 웃자라

한 시대를 숨비소리로 건너왔습니다

어머니의 눈물을 동백 꽃잎으로 받아드는 사월

오랫동안 참았던 말문이 트이는지

아버지의 유골이 자꾸 들썩거립니다


나의 참았던 눈물도 툭툭 떨어져

아버지의 뼈를 어루만졌습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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