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밥들이 모여 밥을 먹는다

이미 먹은 밥들이 뒤로 물러나고

배고픈 밥들은 서로의 밥을 위로하며

무릎을 맞대고 먹는다

밥을 팔다 밥때를 놓친 밥들

짧은 맞교대를 통해

낯선 밥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비닐봉지에 담긴 밥을 먹는다

한때의 밥을 위해 한 끼의

만찬을 하는 밥들

먼저 먹은 밥은 물을 먹거나

고향으로 안부 전화하는 사이사이에

새로 들어올 밥들에 자리를 내어준다

밥들이 모여 밥을 먹는

수완나품공항의 좌판식 간이식당.


※ 수완나품공항 : 태국의 국제공항.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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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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