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밥들이 모여 밥을 먹는다
이미 먹은 밥들이 뒤로 물러나고
배고픈 밥들은 서로의 밥을 위로하며
무릎을 맞대고 먹는다
밥을 팔다 밥때를 놓친 밥들
짧은 맞교대를 통해
낯선 밥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비닐봉지에 담긴 밥을 먹는다
한때의 밥을 위해 한 끼의
만찬을 하는 밥들
먼저 먹은 밥은 물을 먹거나
고향으로 안부 전화하는 사이사이에
새로 들어올 밥들에 자리를 내어준다
밥들이 모여 밥을 먹는
수완나품공항의 좌판식 간이식당.
※ 수완나품공항 : 태국의 국제공항.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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