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큰부리큰기러기, 큰고니에 이어 말똥가리, 참매도 평택의 도심에 문 두드려

참매, 소사벌 택지지구와 상가에 둘러싸인 배다리생태공원 실개천까지 날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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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설명절 연휴 기간이었던 1월 23일, 배다리생태공원의 위쪽 함양지에서 내려오는 실개천 중간 지점에서 몸에 물을 적시고 있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참매가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매과의 황조롱이와 함께 최근 들어 말똥가리 등의 맹금류가 도심 속에 있는 배다리생태공원에 날아듦에 따라 이들에게 처한 상황과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도심속의 대표 맹금류 ‘황조롱이’


새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새의 모양이나 유전적 특징, 사는 곳, 이동 유형 등에 따라 새를 나눈다. 특히 생활 장소와 식성, 형태와 기타 습성에 따라 습지에 서식하는 수조류, 육식성의 맹금류,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명금류, 날지 못하고 튼튼한 다리를 가진 주금류 등이 있으며, 맹금류는 세부적으로 매목, 수리목, 올빼미목으로 나뉜다. 


새와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맹금류 중 가장 쉽게 떠오르는 종이 있다면 누구일까? 최근 들어 도심 속 빌딩의 옥상, 학교 건물, 고층 아파트의 베란다 등지에서 번식하는 맹금류가 매스컴에 올라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도심지의 하늘을 지배하는 ‘황조롱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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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욕을 위해 배다리 실개천을 찾은 천연기념물 제323호 참매(2023.1.23)

 

1982년 11월 16일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된 황조롱이는 먹이를 찾으려고 공중을 돌다가 일시적으로 정지비행(Hovering)하는 습성으로 잘 알려진 맹금류이다.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으며 까치나 어치의 묵은 둥지 혹은 말똥가리나 새매가 지은 둥지를 이용하거나 고층 아파트의 베란다 안으로 들어와 흙을 담아 놓은 화분이나 에어컨 실외기 주변에서 번식하며 새끼들의 먹이로는 들쥐, 두더지, 작은 조류, 곤충류, 파충류 등을 물어온다.


2007년 5월 15일, 평택시 비전동 명법사 입구에 있는 신일유토빌아파트 고층에서 만났던 황조롱이는 베란다 안으로 들어와 흙을 담아 놓은 빈 화분에 알을 낳았으며, 보통의 산란수인 4~6개를 넘은 7개를 산란해 어미의 부지런한 육추에 힘입어 모두 이소에 성공했다. 그리고 평택자치신문이 2012년 6월 12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포승읍 명지아파트 14층의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한쪽 구석에 황조롱이 가족이 터를 잡아 산란 후 5마리의 새끼 모두 무사히 이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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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비전동 신일유토빌아파트 베란다에서 번식한 황조롱이(2007.5.15)

 

많은 사람이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이 두 가지를 헷갈려 한다. 문화재청 소관의 천연기념물은 학술 및 관상적 가치가 높아 그 보호와 보존을 법률로써 지정한 동물 또는 식물, 지질 광물 등을 말하고, 환경부 소관의 멸종위기종이란 국제 자연보호연맹(IUCN)이 등급을 구분한 희귀종 야생생물로 개체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종들을 말한다. 황조롱이를 포함하여, 개구리매, 소쩍새, 큰소쩍새, 솔부엉이, 쇠부엉이, 칡부엉이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멸종위기종에는 빠져있다. 이들이 멸종위기종의 지정에 제외되었다고는 해도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 다양성과 함께 생태계 균형을 유지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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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습지 주변에서 몇 차례 관찰된 말똥가리(2023.1.2)

 

◆ 배다리생태공원을 찾은 맹금류 ‘말똥가리와 참매’


1년 전 ‘평택의 자연’ 생태일지를 펼쳐 2022년을 맞아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일어난 생태계 변화를 들쳐 보았다. 가장 도드라지는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배다리습지를 찾은 사건이었다. 작년 1월 28일 배다리생태공원이 조성된 이래 처음으로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7개체가 배다리저수지를 찾아 닷새 동안의 짧은 여정을 끝으로 장소를 옮겼다. 겨울 진객 큰고니 외에도 멸종위기Ⅱ급 노랑부리저어새의 도래와 희귀조류 붉은부리찌르레기 무리를 버드나무 군락지에서 발견한 것은 이곳이 희귀 및 멸종위기 조류가 찾아드는 먹이터이면서 휴식과 잠자리 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2023년 새해 겨울을 맞아 큰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의 방문만큼이나 우리고장 생태계에 중요한 일로 배다리생태공원을 자랑할만한 사건이 생겼다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Ⅱ급으로 지정·보호받고 있는 참매와 2012년 멸종위기에서는 해제되었지만, 먹이사슬의 최상위에서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맹금류 말똥가리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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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을 먹기 위해 배다리 실개천을 찾은 집비둘기(2022.10.29)

 

◆ 생태계의 변화를 읽는다


언제부터인가 개활지나 산림지대에 살던 맹금류들이 도심 속을 찾아들고 있다. 특히 일상에서의 만남이 가능치 않았던 참매마저도 도심을 찾고 소사벌 택지지구와 상가에 둘러싸인 배다리생태공원의 실개천까지 날아온 것이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맹금류의 먹이터에 변화가 생겼고, 황조롱이가 먼저 도심으로 거처를 옮긴 후 참매와 말똥가리 등도 먹이터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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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하수처리장을 거쳐 함양지에서 배다리 습지로 내려오는 실개천(2020.6.1)

 

어릴 적 아이들과 함께했던 어린이 놀이에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가 있다. 70년대 전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동요놀이이며, 술래잡기에서 변형한 놀이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제목과 함께 노랫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도심에 자리를 잡고자 하거나, 이미 자리를 잡은 맹금류 참매의 적응 비결은 바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에 나오는 ‘반찬’ 때문이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에서 여우에게 개구리 반찬은 혹 선택의 여지가 있다 할지라도 개체 보존과 함께 원만한 종족 보존을 이어가야 하는 맹금류 참매에게 안정적으로 먹이를 이어갈 수 있는 비둘기 반찬은 고민의 여지가 없다.


참매는 먹이로서 적당한 비둘기를 찾아 도심의 공원으로 진출하였다. 유럽에선 이미 도시 맹금류로 자리를 잡았으며 서울 올림픽공원도 참매의 사냥터가 된 지 오래되었다. 집비둘기와 멧비둘기가 서식하는 배다리생태공원 또한 ‘숲의 유령’ 참매의 먹이터에 들어간 것이다. 큰부리큰기러기, 큰고니에 이어 말똥가리와 참매까지 평택의 도심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늘 아래 하찮은 생명은 없다. 이들 모두 우리와 같이 살아야 할 공존의 대상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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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참매는 왜 배다리 실개천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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