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배다리습지 ‘청둥오리·쇠오리·딱새·노랑턱멧새·중백로·중대백로’ 성에 따라 외부 형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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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우리고장 깃대종 선정과 관련해 최근 들어 꼬리명주나비 이야기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비행 모습으로부터 사람을 피하지 않는 친밀감, 여유로움과 풍요로움 등 꼬리명주나비는 진위천 수계에 자리 잡은 하나의 곤충 종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평택호물줄기, 더 나가 평택의 자연생태계를 대표할 만큼의 상징성을 갖고 있기에 수원청개구리와 더불어 우리고장 깃대종 성격에 너무 잘 맞는 대표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오류를 거듭하다 제 이름을 찾은 꼬리명주나비


“같은 종이지만 암수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고 이름을 제각각 지어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종의 나비를 여러 종의 이름으로 부른다면 자연과학은 물론이고 생태계에도 매우 큰 혼동이 생길 수 있는데, 암수의 날개 무늬 색이 다른 꼬리명주나비가 그 혼란을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영국 학자 그레이의 1853년 논문 부록을 보면 꼬리명주나비가 모두 3종인 것으로 구분해서 묘사했는데, 그는 개체마다 날개 무늬가 약간씩 달랐던 차이를 근거로 종을 나눴으며, 특히 암컷의 경우 밝은 수컷과는 달리 날개의 무늬가 상당히 어둡고 다른 점을 들어 이를 종 구별의 근거로 삼아서 다른 이름으로 발표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고장 진위천 물줄기에서 쥐방울덩굴을 애벌레의 먹이식물로 삼고 살아온 꼬리명주나비가 암수의 날개 무늬 색이 다름으로 인하여 서로 다른 종으로 나뉠 수도 있었지만, 한동안 오류를 거듭하던 중 제 이름을 찾게 된 것이다.


진위천 물줄기에서 만날 수 있는 암수의 날개 모양이 다른 나비는 꼬리명주나비 외에도 날개 윗면에 푸른빛을 띤 수컷에 비해 어두운 갈색의 암컷과 구별되는 암먹부전나비, 날개 윗면에 흑색 무늬가 없이 형광 주황색을 띠는 수컷과 구별되는 큰주홍부전나비 그리고 노랑나비의 경우도 흰색형 암컷이 있어 수컷과 암컷이 구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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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수의 색깔에서 성적 이색성을 나타내는 딱새 수컷(2022.10.31)

 

◆ 암수가 다른 현상, 성적 이형


암수가 다른 현상을 생물학적으로 성적 이형(sexual dimorphism)이라 부른다. 자웅이체의 동물에서 성에 따라 외부 형질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식백과에서는 “성적 이형성은 같은 종의 두 성이 생식기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도 다른 특징을 보이는 상태로 같은 종류이면서 암수의 형태가 서로 다른 생물의 경우, 암수 개체의 외부 형태가 완전히 구분되어 나타나는 성질이다. 성적 이형성에 의한 차이는 2차 성징, 크기, 색깔, 무늬를 포함할 수 있으며, 행동적인 차이도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애매하거나 과장될 수도 있고, 성 선택에 종속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제나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이고 쉽게 식별되는 이형성의 형태는 장식과 색으로 잘 나타난다. 두 성의 색깔에서 나타나는 성적 이색성은 우리 주변의 조류와 파충류 그리고 어류와 곤충의 다수에서 관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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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수를 사이에 두고 깃털의 색깔 면에서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 원앙(2006.2.10)

 

암수를 사이에 두고 깃털의 색깔 면에서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 동물 중 원앙만 한 새도 드물 것이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보호받고 있는 원앙은 암수의 깃털 색이 워낙 차이가 나서 고대 중국에서는 서로 다른 새인 줄 알고 수컷은 ‘원’, 암컷을 ‘앙’으로 따로 이름을 붙였는데 나중에 같은 종임을 알고 이 둘을 합쳐 ‘원앙’이라 불렀다고 할 정도이다. 실제 야생에서 화려한 깃털의 수컷과 함께 활동하고 있지 않다면 암컷을 보고 원앙 수컷과 같은 종이라는 것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성에 따라 외부 형질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은 원앙이 아닐지라도 배다리습지에서 청둥오리, 쇠오리 등의 오리류로부터 꿩(장끼), 딱새, 밀화부리, 노랑턱멧새, 장식깃이 발달한 중백로와 중대백로 등에 이르기까지 한둘이 아니지만,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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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류를 거듭하다 제 이름을 찾은 꼬리명주나비 암수(2008.6.28)

 

◆ 성적 이형성과 배우자 선택


성별에 따라 신체의 생김새에서 차이점이 나고 외부 형질이 다르게 나타나는 성적 이형 혹은 성적 이형성은 암·수간의 신체적 특징, 크기, 혼인색 등으로 나타나 세력권 형성과 행동적인 특성 혹은 동·식물의 분류학적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배우자 선택인 성 선택과 관련된 생태학적 이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단서로서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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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푸른빛 혼인색으로 눈에 도드라지는 밀어 수컷(2010.5.30)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제한된 진위천 냇가에서 만날 수 있는 수십여 종의 민물고기 중에서 유독 마음이 끌리는 종이 있다면 단아한 아름다움의 각시붕어와 ‘불거지’라고도 불리는 수컷 피라미 그리고 배지느러미가 빨판으로 되어 있어서 냇가 바닥의 돌에 잘 붙는 밀어가 있다. 특별히 이들 다수의 수컷 민물고기는 산란기가 되면 채색이 훨씬 짙어지거나 화려한 혼인색으로 눈에 도드라지며 ‘추성’이라고 불리는 돌기가 입 주변에 돋아나 수컷만의 외형적인 변화를 주기도 한다. 번식기에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생식선 자극호르몬의 영향으로 보는 이러한 현상은 주변 암컷에게 눈에 잘 띄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경쟁자에게는 위협을 주어 배우자 선택에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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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혼인색과 함께 입가에 돌기가 난  피라미 수컷 불거지(2010.7.28)

 

배우자 선택은 배우자를 어떠한 기준에 따라 적극적으로 고르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암컷에 의한 수컷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데 배우자 선택은 선택하는 종에 따라 좋은 번식조건이나 풍부한 먹이자원 등의 이익을 얻는 예도 있고, 직접적인 이익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예도 있다. 그렇지만 좋은 형질의 유전자 자신을 더 많이 남기고 널리 퍼뜨리려는 방향으로 이들의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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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주변 동물의 성적 이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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