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우는 여자를 두고 떠나왔다
여수 밤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우는 여자의 얼굴이 물빛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파도에 사그락거리며 번져가는
여자의 울음소리
여자는 떠나간 사람들은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바다가 그랬고 바람도 그럴 것이라고 알려주었지만
여자는 잠시 지나가는 풍문이라 여겼다
떠난 자들의 빈자리에 앉아
숨죽여 우는 여자
밤바다를 재우듯
여자의 좁은 등을 몇 번 토닥이고는
안개에 잠든 여수를 떠나왔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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