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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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영 평택YMCA 사무총장

먼저 이태원 참사로 인한 희생자 156명의 큰 슬픔을 함께하며 깊이 애도한다. 또한 부상자 197명(5일 기준) 역시 마음 깊이 빠른 쾌유를 기도하면서 가족들에게도 큰 위로를 보낸다. 이 황망함, 답답함, 죄책감, 불안함 속에서 또 뻔뻔함과 부끄러움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태원 참사를 책임져야 할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말 잔치를 멀뚱히 듣고 바라보면서 저리 쪽팔리게 살아야 하나 싶다.


각설하고 ‘청렴’이라는 본론으로 들어가자.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부패를 멀리하고 맡은 바 직무를 성심성의껏 하려는 자세, 뜻과 행동이 맑고 염치를 알아 탐욕을 부리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모두가 알겠지만 오래전 한국 사회에는 부패가 만연했고, 일부분 당연시하는 사회적인 의식도 팽배했다. 오죽했으면 지난 2005년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총체적으로 뿌리뽑기 위해 정부, 재계, 정치권, 시민 단체 등이 참여해 반부패 협약인 투명 사회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러한 자정작용을 통해 부패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아주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청렴이라는 것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살고 싶은 천사의 마음과 목소리도 있지만 또 한쪽에서는 “야! 대충 대충해. 조금 어겨도 누가 뭐라고 안 그래. 이익도 챙겨가면서 살아야지.”라고 하는 악마의 달콤한 목소리도 있다. 이런 양면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마음속에서 갈등하게 될 때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누구나 잘 아는 “잘해라,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한마디를 머리와 가슴 속에 두고 “나는 양심적으로, 윤리적으로 잘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단단히 잡아두고 살고 있다. 


이렇듯이 많은 국민이 즐겨 사용하는 “잘해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말 역시 도덕적 각성의 메시지이며, 특히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과 정치인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면서 다소나마 부정행위를 줄여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개인이 부정행위를 저지를까 말까 하는 기로에 서 있을 때 그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사람이 속해있는 사회가 부정행위를 얼마나 용인해주느냐에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조금은 더 쉽게 자신을 용서하고, 조금은 덜 부끄럽게 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르고도 슬쩍 넘어가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또 부정행위를 저지른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즐겨 쓰는 말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필자는 이러한 말들이 청렴하지 못한, 공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부정행위를 위해 적립을 해두는 ‘보험성 용서’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 참 쪽팔리는 일이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내 직책과 본분에 맞는 행동을 해야 돼”, “룰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면 안 돼. 그건 용납할 수가 없어.”라는 자존심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대이며, 이러한 자존심을 지키는 사회야말로 청렴한 사회인 동시에 쪽팔리지 않게 살아가는 현명한 삶일 것이다. “여러분들은 자존심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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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영의 세상보기] 청렴한 세상, 쪽팔리게 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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