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한반도 전체에 분포하는 네발나빗과 네발나비... 우리고장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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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의 시작에 배다리생태공원 산책로와 마을숲에 깊은 가을이 내리고 있다. 주변 숲속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고 있는 노랗고 빨간 생강나무와 개옻나무만큼은 아니어도 키가 작은 붉나무와 화살나무, 좀작살나무로부터 키가 큰 느티나무와 튤립나무, 상수리나무, 대왕참나무에 이르기까지 일교차의 변화에 따라 나뭇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남아 있던 붉고 노란 색소가 여러 모양의 마술을 부리고 있다. 많은 방문객의 관심이 울긋불긋한 단풍에 가 있을 때 단풍 든 가을에 돋보이는 나비가 있어 이들을 불러본다.


◆ 다리가 네 개인 ‘네발나비’


자연생태를 주제로 한 활동과 강의를 통해 자주 던졌던 질문 중에 동물의 발과 다리에 관한 것이 적지 않았다. “여러분 기후변화의 지표종인 개구리의 발가락은 모두 몇 개일까요?”, “곤충무리와 거미무리의 큰 차이 중 하나가 다리의 수인데, 거미의 다리는 모두 몇 쌍일까요?”, “평택의 시조(市鳥)이기도 한 백로 중 쇠백로의 다리는 중백로 혹은 중대백로와 어떻게 다를까요?”, “겨울새 대백로는 여름새 중대백로와 다리로 구별할 수 있는데, 어떻게 다를까요?” 등 자연생태계의 한 일원이기도 한 동물의 다리는 생태교육은 물론이고 모니터링에서도 주요 관심 분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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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생태공원 산국의 꽃꿀을 따는 네발나비(2022.10.29)

 

팥배나무의 주황색 잎과 붉은색 열매 그리고 왕벚나무의 단풍이 붉은색으로 짙어가는 이즈음에 많이 던져지는 질문 중에는 “네발나비는 누구이며, 네발나비는 정말 다리가 네 개일까?”가 있다. 나비가 곤충에 속한다면 분명 다리가 세 쌍, 총 여섯 개가 맞다. 그리고 머리·가슴·배로 나누어졌을 텐데 네발나비의 다리 두 개는 어떻게 된 것일까? 사실 네발나비 한 쌍의 다리는 없어졌다기보다 흔적만 남긴 채 퇴화한 것이다.


한반도 전체에 분포하는 네발나빗과의 네발나비는 우리고장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으며, 주변 가까운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매우 흔한 나비이다. 이르면 2월 중순부터 11월까지 배추흰나비 정도로 흔하지만, 주황색에 검은 점으로 배열된 날개옷을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경우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리고 화려한 날개 앞면에 비해 날개 뒷면은 칙칙한 갈색으로 낙엽색과 비슷한데 이는 네발나비의 월동장소가 낙엽 밑이기 때문에 보호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며, 뒷날개 뒷면에 있는 조그마한 하얀색의 알파벳 C자 때문에 예전에는 남방씨알붐나비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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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정원의 층꽃나무 꽃을 찾은 네발나비(2021.9.23)

 

◆ 성체로 겨울을 나는 나비


겨울을 앞두고 일어나는 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잎 속에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 광합성 작용이 멈추고 카로틴과 안토시아닌과 같은 색소가 나타날 때면 모든 곤충은 겨울을 날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벼메뚜기와 풀무치 등 가을에 만날 수 있었던 여러 종류의 메뚜기는 겨울이 오기 전에 흙이나 돌 틈 또는 나무뿌리의 빈 곳 등에 알을 낳고, 추운 겨울에 혹시라도 알이 얼어 죽을까 염려해 무당거미나 왕사마귀 같은 무리는 따뜻하고 푹신한 알주머니를 방한복으로 덮어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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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가을, 붓들레아 꽃을 찾은 네발나비(2021.11.14)

 

곤충에게도 겨울은 한 해를 마감하며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번데기로 겨울을 나는 쐐기나방류는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지 않고 곧바로 둥그스름한 고치를 만든다. 이 고치를 나뭇가지에 단단하게 붙여 놓는데, 그 껍질은 매우 튼튼하여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다. 이 외에도 번데기로 겨울을 나는 배추흰나비와 산호랑나비 그리고 팽나무 아래 낙엽 뒷면에 붙어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고 있는 홍점알락나비와 흑백알락나비의 하얀 서리에 색까지 바랜 번데기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경건해 보이기까지 한다.


작지 않은 몸집으로 이리저리 산야를 누비고 다녔던 큰멋쟁이나비와 청띠신선나비, 늦가을까지 미국쑥부쟁이와 뚱딴지 그리고 조금씩 꽃을 이어가는 개망초와 로제트 잎 위로 꽃을 올린 서양민들레 주변에서 그 모습을 각인시키기에 바빴던 네발나비 등은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기에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몸을 숨긴다. 보통 커다란 바위틈이나 고목의 틈바구니 혹은 낙엽 밑에 머무른다. 배다리생태공원의 야트막한 마을숲이나 습지변 바람이 없고 햇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날개를 접고 겨울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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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색을 띤 네발나비의 바깥쪽 날개(2022.20.29)

 

◆ 너무 흔해서 가치를 몰라보는 나비


배다리생태공원에 가을이 내리면서 겨울철새인 쇠오리와 청둥오리가 배다리 습지를 찾고 있다. 이미 함양지에서 실개천을 거쳐 배다리 습지에 이르기까지 연중 그렇게도 많은 오리가 늘 있었지만, 너무도 흔해서인지 ‘흰뺨검둥오리’라는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처럼 지금도 주변서 그렇게도 많은 네발나비가 꽃을 옮겨 다니지만,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너무 흔해서인지 개망초의 의미와 아까시나무의 가치를 지나치듯이 흰뺨검둥오리와 네발나비의 의미와 가치를 몰라보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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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게 물들어가는 배다리생태공원 팥배나무의 단풍잎과 열매(2022.10.29)

 

성큼성큼 다가오는 겨울, 이제 다수의 곤충은 각각의 종에 따라 알이나 애벌레, 번데기 혹은 어른벌레의 모습으로 겨울을 맞게 된다. 초겨울까지 오래도록 꽃을 이어가는 서양민들레의 꽃꿀을 찾아 움직이며, 이른 봄 향기가 짙은 회양목 꽃에서 봄을 알리는 네발나비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면 좋겠고, 더 나가 이들을 통해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그들 간의 관계 속에서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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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늦가을에 돋보이는 친구 ‘네발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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