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온몸에 파스를 붙인 당신

크고 작은 병과 상처를 돌볼 틈 없이

오직 당신을 믿고 살았지요

그것이 당신의 방식인지

나 또한 사는 것이 그런 거라고 믿었지요

당신의 곁 한쪽에서 말이죠

곁, 하고 기준을 잡으면

당신의 좌우에 있던 믿음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거리를 줄일까 하는

불신을 하다가

당신의 생에서 짧은 마지막 말로 숨겨온

곁을 소리 내 읽다가

혼자 숨어서 살아온

당신의 외로움에 눈물이 났지요

눈물을 손바닥으로 받자

손금을 그으며 흘러갔지요

눈물도 말하고 싶을 때가 있나 보지요

말을 마친 눈물이 떠나가고

당신은 다시 혼자가 되었지요

혼자 집 안에 있는 당신

집도 혼자여서 당신도 혼자이지요

그렇게 집과 당신이

서로를 믿고 곁에서 살아왔지요.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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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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