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생명을 지닌 동·식물 하나하나의 상호관계는 정말 놀랍고도 신기하며 경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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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지난 9월 28일, 서탄면 소재 웃다리문화촌에서 2022 웃다리 문화축제 ‘생태야 놀자’가 평택 관내 유아를 대상으로 나비 중심의 생태계 체험과 다양한 공연문화 체험이 있었다. 웃다리문화촌 내 조성된 ‘꼬리명주나비 정원’에서는 꽃을 찾은 여러 종의 나비와 함께 먹이식물을 중심으로 애벌레를 관찰하고, 잔디 공연장에서는 퓨전국악 공연 감상을 통한 공연문화 체험이 이어져 이곳을 찾은 모두에게 풍요로운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하루가 되었다.


◆ 자연생태계에 대한 이해


2020년 경기문화재단의 에코뮤지엄 사업의 하나로 웃다리문화촌의 쥐방울덩굴 육묘장과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를 기반 삼아 나비정원이 조성되었다. 서울숲 나비정원이나 불암산 나비정원에 비해 실외 나비정원이면서 규모 면에서도 비교할 정도가 되지 못하지만, 나비가 즐겨 찾는 유채, 붓들레아, 버들마편초, 배초향, 박하 등의 계절을 달리하여 꽃을 내는 흡밀식물과 애벌레가 즐겨 먹는 케일, 탱자나무, 구릿대, 쥐방울덩굴 등의 먹이식물을 직접 찾아 꼼꼼하게 관찰하고 나비와 흡밀식물 그리고 애벌레마다 먹이식물이 다름을 직접 오감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나비 생태는 물론이고 자연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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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초나무를 먹이식물로 삼은 호랑나비 애벌레(2003.7.23)

 

◆ 웃다리문화촌 나비정원의 꽃과 나비


웃다리문화촌 나비정원에 식재된 식물은 목적에 따라 성충인 나비가 꽃꿀을 빨아 먹는 흡밀식물과 나비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먹이식물로 구분 지어 자리를 잡고 있다. 벌과 파리, 나비 등의 곤충은 영양분을 얻기 위해 특정한 식물에서 꿀을 얻는 행동을 취한다. 이때, 이 특정한 식물을 ‘흡밀식물’ 혹은 ‘꿀 빠는 식물’이라고도 하며, 가을철 웃다리 나비정원에서 꽃꿀을 취할 수 있는 식물은 버들마편초, 붓들레아, 박하, 층꽃, 애키네시아, 꽃댕강나무, 배초향, 메리골드, 코스모스 등의 식재식물과 사데풀, 미국쑥부쟁이 등이 겨울나기를 앞에 둔 곤충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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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다리문화촌 나비정원의 흡밀식물 버들마편초(2021.6.17)

 

나비체험 프로그램이 있던 날, 나비정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는 더더욱 좋은 계절이었지만 겨울이 멀지 않은 나비와 곤충들에게는 새롭게 우화하거나 의욕적으로 또 다른 번식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날이었다. 이날 관찰을 통해 확인된 곤충은 네발나비를 중심으로 배추흰나비, 작은멋쟁이나비, 줄점팔랑나비, 남방부전나비 그리고 벌새라고도 불리는 검은꼬리박각시와 흰띠명나방 등의 나비류와 양봉꿀벌, 재래꿀벌, 우수리뒤영벌, 왕가위벌 등의 벌류, 꽃등에, 호리꽃등에, 왕꽃등에, 연두금파리 등의 파리류가 꽃을 찾아 주린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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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정원에서 애벌레의 먹이식물을 관찰하는 방문객(2022.9.28)

 

◆ 나비정원의 나비 애벌레와 먹이식물


어른벌레인 나비가 꿀을 먹는 식물을 흡밀식물이라 하면 나비의 애벌레 시기에 먹는 식물을 먹이식물이라 한다. 수많은 곤충 중에서도 나비 대다수는 애벌레 시절 정해진 식물의 잎을 먹고 자란다. 나비정원에서 편식하는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먹이식물(식초)로는 탱자나무, 초피나무, 황벽나무, 루타 등의 운향과 식물이 호랑나비 애벌레를 위해 준비되었고, 구릿대, 방풍, 당귀 등의 산형과 식물은 산호랑나비 애벌레를 위해, 배추, 무, 케일, 유채 등의 배춧과 식물은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위해, 쥐방울덩굴과의 쥐방울덩굴과 등칡은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를 위해 화단과 육묘장에서 나뉘어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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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성식물을 먹이식물로 삼은 꼬리명주나비 애벌레(2010.10.3)

 

◆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선택, 쥐방울덩굴


꼬리명주나비 체험관, 생태학습장 등 전국적으로 꼬리명주나비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지만, 평택에서 사는 다수의 시민에게 그 이름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배추흰나비와 노랑나비, 호랑나비, 제비나비 정도를 넘어 진위천 냇가의 제방 풀밭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과 함께 살아왔지만, 나비와 풀꽃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꼬리명주나비와 그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이 우리고장의 상징물이 지닌 의미를 넘어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깃대종의 후보에 오를 수 있음은 바로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선택이 단 하나의 먹이식물, ‘쥐방울덩굴’이기 때문이다. 혹 우리고장 냇가를 비롯해 산과 들 어디선가 우아하게 비행하는 꼬리명주나비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주변 어딘가에 반드시 쥐방울덩굴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야생에서 자생하고 있는 쥐방울덩굴이 사라진다면 비오톱의 최강자인 꼬리명주나비 또한 공멸할 수 있음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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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원식물 구릿대에서 꽃꿀을 따는 애기세줄나비와 곤충(2020.8.12)

 

그렇다면 꼬리명주나비는 왜 여느 나비와는 다른 위험한 생존법을 택했을까? 호랑나비처럼 산초나무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초피나무, 황벽나무, 탱자나무는 물론이며 백선이나 루타 등의 운향과 초본까지도 먹이식물로 가능한데, 꼬리명주나비는 한쪽으로 치우쳐도 지나치게 기운 듯하다. 최근 들어 생태학자들은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편식에 대한 이유를 먹이식물의 독에 두고 있다. 박주가리의 독을 먹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중국청남색잎벌레 혹은 독성물질을 몸 안에 쌓아둔 흰개미와 딱정벌레를 먹어 천적인 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황금독화살개구리처럼 꼬리명주나비 또한 생존 방법으로 독이 든 먹이식물을 선택한 것이다.


생태라는 의미가 ‘자연 속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관계’라면 생명을 지닌 동·식물 하나하나의 상호관계는 정말 놀랍고도 신기하며, 경외로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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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나비는 잡식, 애벌레는 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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