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단풍잎돼지풀, 많은 양의 꽃가루 뿌려 생태계교란 및 알레르기 유발해 ‘시민 건강’ 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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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폭풍 성장의 여름을 지나 새로운 계절을 맞으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배다리습지 수변의 강자들로 인하여 새로운 생태계 전경들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자기가 태어난 서식지를 벗어난 생물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일부 외래생물은 급속하면서도 광범위하게 개체수를 확산하여 새롭게 정착한 곳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이러한 외래생물을 야생동식물보호법에 근거하여 1998년 ‘생태계교란 야생동·식물’로 지정해 계속해 관리하고 있다.


◆ 낯선 이름의 생태계교란야생생물


1998년 한때 습지의 최강자로 등장해 습지 생태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소개구리와 큰입배스, 파랑볼우럭으로 인한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돼지풀과 붉은귀거북을 접하게 되었고, 2009년에는 수변에 자라는 키 큰 수초의 연한 부위나 뿌리를 넘어 서식지 인근의 경작지에 재배된 농작물에까지 범위를 넓혀 농민들의 원성을 산 뉴트리아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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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가루가 한창 날리고 있는 습지데크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는 방문객(2022.9.10)

 

또한 2012년의 꽃매미와 2018년 평택항에서 700여 마리가 발견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던 붉은불개미를 거치면서 포유류 1종, 양서·파충류 6종, 어류 3종, 갑각류 1종, 곤충류 8종, 식물 16종 등 현재까지 총 35종의 외래종이 생태계교란야생생물로 지정돼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우리나라는 생태계교란야생생물을 외래생물 중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 외래생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생물 중 특정 지역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 유전자변형 생물체 중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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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철 화분증의 대표격인 단풍잎돼지풀 집단 서식지를 지나는 방문객(2022.9.13)

 

◆ 배다리생태공원에 넘쳐난 단풍잎돼지풀


생태계교란야생생물에 속한 16종의 식물 중에서 현재까지 배다리생태공원에서 확인된 종은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 가시박, 도깨비가지, 미국쑥부쟁이 등 모두 5종으로 이 중 가장 넓게 세력을 펼쳐 주변 생태계에 교란성을 주고 있는 종이 환삼덩굴이라면 생태계교란성과 함께 알레르기 유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종은 단풍잎돼지풀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단풍잎돼지풀은 한해살이풀로 줄기는 3m 혹은 그 이상까지 곧게 자라며 가지를 친다. 마주나는 잎은 세 갈래 혹은 다섯 갈래로 깊게 갈라진 손바닥 혹은 단풍잎 모양이며, 4월 전후에 싹이 나오고 7~8월에 걸쳐 꽃이 피는데 한 그루에서 5,000개 정도의 많은 종자를 생산해 새로운 환경에서 큰 군락을 쉽게 이루어 나간다. 단풍잎돼지풀이 많이 자란 곳에서는 대량으로 날아드는 꽃가루로 알레르기 위험성이 높아진다. 꽃이 많이 피고 맑은 날 단풍잎돼지풀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꽃가루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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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가루가 한창 날린 후에야 생태교란종을 제거한 평택시(2022.9.13)

 

◆ 가을철 대표적 알레르기성 식물, 단풍잎돼지풀


배다리생태공원을 찾아 산책하는 방문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대표적인 식물이 버드나무라는 의견이 있다. 4월에 버드나무 꽃이 피고 5월에 열매가 익으면 버드나무 씨앗은 하얀 솜털로 쌓이게 되고 이들은 공기 중에 날아오르며 눈송이처럼 지면을 덮기도 하는데 미세한 꽃가루같이 심한 알레르기를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3월부터 5월까지 수목류에 의한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다면 8월부터 10월까지는 잡초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특히, 가을철 돼지풀과 같은 잡초에서 발생하는 꽃가루는 매우 강한 알레르기 항원성을 나타내며 수목류보다 그 농도가 적어 자칫 소홀히 다루어질 수 있으나 알레르기에 민감한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는 미국 농무부의 연구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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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속 하천 통복천 수변을 따라 군락을 이룬 단풍잎 돼지풀의 꽃(2019.9.30)

 

꽃가루(화분)와 연관해 유발되는 알레르기 질환은 화분병, 혹은 화분증이라 불리며, 관련된 질환으로는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기관지 천식이나 아토피피부염 등 피부질환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국화과 두드러기쑥족에 속한 단풍잎돼지풀은 가을철 화분증의 대표적인 식물로 원래 북미에서 서식하는 식물이다. 1980년대 초부터 중요한 알레르기 화분으로 대두되어 현재는 우리나라 전역의 가을철에 대표적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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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를 지어 4m 이상으로 자라고 있는 단풍잎돼지풀(2022.9.8)

 

꽃가루의 분포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위험도를 알리는 것은 평택시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몇 년에 걸쳐 대규모의 서식지를 이루어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꽃가루에 의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단풍잎돼지풀이 배다리생태공원에 그렇게도 많은 양의 꽃가루를 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되어서야 이들을 제거하겠다고 낫과 예초기를 동원한 것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적은 노력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궁극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함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 많이 쓰는 말 중에 ‘System’이 있다. 컴퓨터 용어사전에는 ‘하나의 공통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화한 요소들의 집합체’라고 정의되어 있다. 배다리생태공원을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다리의 자연환경을 구성하는 생태계 요소들을 파악하고 생물다양성 보전과 함께 생태계교란성을 지닌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System의 부재가 안타까움으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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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단풍잎돼지풀 꽃가루 날리는 배다리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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