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바람마저 증발한 골목

후끈한 지열이 술 냄새로 떠다닌다


편의점 탁자에 남은 술들이

낮 동안의 열기에 끓는다


뜨거워서 끓었고

끓어서 너를 넘쳐서 갔다고


느끼지 못한 사랑같이

금세 끓어서 술 냄새가 사라져버린

빈 잔의 소주


내 몸 어딘가에 끓는 곳이 있다면

너를 다시 사랑한다고


빈 잔의 소주만큼으로도

독하게 사랑하고 싶다고


지열이 각오를 한 듯

골목길을 훑으며 지나간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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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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