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바람마저 증발한 골목
후끈한 지열이 술 냄새로 떠다닌다
편의점 탁자에 남은 술들이
낮 동안의 열기에 끓는다
뜨거워서 끓었고
끓어서 너를 넘쳐서 갔다고
느끼지 못한 사랑같이
금세 끓어서 술 냄새가 사라져버린
빈 잔의 소주
내 몸 어딘가에 끓는 곳이 있다면
너를 다시 사랑한다고
빈 잔의 소주만큼으로도
독하게 사랑하고 싶다고
지열이 각오를 한 듯
골목길을 훑으며 지나간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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