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네 아버지의 부음은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다

네가 말한 정년, 공과금, 등록금 때문에

불면을 세운 밤들의 시간은 괴로웠다

죽은 자의 이력을 듣는 것은 부음을 들은 것보다

더 슬퍼 한이 끝난게 아니라

한이 다시 한으로 모이는

죽음 이후의 한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죽어서도 한 때문에 구직을 하려는

죽은 자의 영정사진이 이력서에 붙어

한과 떠돌며 취업이 되지 않는

한의 공간에 정체되어 있는 한의 세계

부음은 죽은 자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전갈이라고 네가 말했다

결국 죽은 자는 집으로 취업하여

집에서 먹고 자며 재택근무를 한다고 네가 말했다

아버지의 정년과 재취업은 죽음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또 네가 말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태그

전체댓글 0

  • 1530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가 있는 풍경] 네가 말했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