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주어진 자연유산 잘 지키고 보호하면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까지 풍요로운 삶의 질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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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자연생태 전문가들에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조언 중에 “학술 가치가 크고 경관이 빼어난 생태계를 간직하려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너무도 소중한 자연생태계가 주변 사람들의 단순한 호기심이나 무지에서 혹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도로 이용되어 복원이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거나 아예 사라지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경험을 통한 자구책에서 나온 안타까움일 것이다.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의 대표 석학인 고 이창복 교수의 30여 년 전의 글을 보면 “평생 이 땅의 식물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보지 않고 인간의 편리와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여기는 세태가 날로 심해지는 것이다. 유행처럼 너도나도 자연보호와 환경보전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아껴야 하는지, 누가 지켜야 하는지 모르는 듯하다. 그나마 아직 우리 곁에 이처럼 지킬만한 자연이 남아있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라고 하며 지킬만한 자연이 있음에 감사의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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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생태지도 비오톱1등급, 우수비오톱으로 선정된 배다리생태공원(2020.9.3)

 

◆ 한겨레신문사의 「이곳만은 지키자」


「이곳만은 지키자」는 1991년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한겨레 신문에 매주 연재된 「이곳만은 지키자」를 2권의 원색 사진집으로 묶은 것으로, 이 책의 부제는 ‘자연 생태계 보전 긴급호소’였다. 풀꽃과 곤충, 야생조류, 양서류, 민물고기, 천연 늪 등 우리 주변의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마지막 남은 보금자리를 소개하며, 환경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생물종과 생태계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였다. 


강원도와 수도권, 서해안을 다룬 상권은 전나무 숲이 하늘을 찌르는 마지막 원시림 인제의 진동계곡, 특산 물두꺼비의 마지막 고향 포천 광덕산, 노랑부리백로 최후의 안식처인 옹진 신도 등 27곳을,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를 다룬 하권은 훼손 상처 아무는 중부지방 생태계의 전형 민주지산(충청북도 영동군 용화면·상촌면,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경계에 있는 산), 살아있는 식물생태 교과서 광양 백운산, 하늘 뒤덮는 기러기 떼의 쉼터 주남저수지, 꽃 대궐 부럽잖는 산호의 낙원 서귀포 앞바다 등 27곳, 상·하권 합하여 54곳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생물자원의 중요성이나 가치가 충분히 알려지기도 전에 소중한 자연환경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모두 마지막 보금자리만큼은 지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고 이창복 교수는 이 책의 머리글을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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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마을숲에서 번식을 마치고 등장한 딱새 유조(2022.6.16)

 

◆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이곳만은 꼭 지키자」


오래전부터 언론이나 공공기관에서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전하고 지키기 위해 나름의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진행해온 프로그램 중에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이곳만은 꼭 지키자」라는 사업이 있다. 시민공모전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사업은 올해로 20회를 맞고 있으며, 보존가치가 우수하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하고, 자연유산의 경우는 우수 자연생태지역, 경관이 아름다운 자연환경 및 농촌마을, 중요 동·식물의 서식지, 학술적 연구 가치가 있는 지형, 생태교육장소 및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환경(숲, 공원) 등을 예시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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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다양성이 넘쳐나는 배다리습지의 큰고니(2022.2.1 천연기념물 제201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홈페이지에 나온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 수상작을 살펴보면 2000년 1회 역재방죽내 가시연부터 2021년 19회 당진 소들섬에 이르기까지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모두 136곳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우리 고장과 관련하여 눈에 들어오는 수상작은 시민공모전이 시작된 첫해 청담정보통신고에서 응모한 ‘죽어가는 아산만 갯벌’ 개발 자제 및 평택연안의 갯벌을 보호하면서 이곳을 람사습지로 지정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20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은 평택항을 중심으로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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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속 생태교육 공간, 배다리마을숲(2022.4.29)

 

◆ 배다리생태공원만큼은 꼭 지키자


쥐방울덩굴이 자생하여 꼬리명주나비를 불러들이는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 철새도래지와 함께 전경이 아름다운 안성천 석봉리습지, 노양리·동천리 백로 및 왜가리서식지, 덕목제 멸종위기양서류 대체서식복원지, 창내리 수원청개구리 집단서식지 등 보전가치가 우수하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우리 고장의 자연유산 중 한 장소가 우선 선택되어야 한다면 단연코 배다리생태공원일 것이다.


도심 속 생태교육 장소 및 휴식·산책 공간으로의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고 배다리마을숲과 배다리습지의 생물다양성 가치 또한 인근 지역 어느 곳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2021년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을 통해 대상지 전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비오톱 유형인 Ⅰ등급과 함께 지역 내에서 희소성과 생물다양성이 높으며, 생태적인 보존가치와 함께 생태적 복원 및 관리를 통해 우수생태계로 발전 가능성이 있어, 타 비오톱과의 연결성이 높은 대상지인 우수비오톱에 선정된 곳이다. 멸종위기에 속한 맹꽁이와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로부터 큰부리큰기러기와 노랑부리저어새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에 이르기까지 종다양성과 생태계다양성 등의 생물다양성이 그 어느 곳보다도 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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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아산만 갯벌로 관심을 끌었던 평택연안의 갯벌(2006.3.4)

 

배다리근린공원이지만 생태공원에 걸맞은 계획과 관리를 통해 이곳만큼은 꼭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유산을 잘 지키고 보호하면 자연은 그 이상으로 우리는 물론이고 다음 세대에게까지 보답할 것이며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의 질을 보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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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생태공원’만은 꼭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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