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누군가의 그늘이 된다는 것은
나의 색깔을 지우는 것이다
한 번도 내 빛깔을 갖지 못하고
누군가의 바탕 색깔만 되어
침묵으로 누르고 있다
길고 짧은 흔들림에
높고 낮은 출렁거림에,
한 빛으로 물들어가며
누군가의 배경이 되는 색
평생 지워야 할 망각의 그림자도
시간을 탈색하며 변해간다
삶과 죽음의 온기가
동시에 빠져 내려가는
그늘의 짙은 고요
누군가의 그늘이 된다는 것은
삶과 죽음을 잘 섞어주는 일이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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