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살아온 날이 행복했다고

정표로 주고 갔지요

총구에 떠밀려가는

당신을,

비탈에 서서 하늘거리며

쳐다만 보았지요

몇 번이나 뒤돌아보는

당신 눈길에

내 대살을 확신하였는지

눈동자가 충혈이 되도록

울며 끌려갔지요

죄가 없다면

둘 중에 하나라도 살아남는다면,

산비탈에 숨어서 핀

멍든 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공소기각 판결 날에

당신이 다부지게 말했지요

기제날을 맞춰서

진실을 믿은 사람들이

나리꽃으로 수북이 피었지요.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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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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