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5(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돌아갈

섬이 아니었다

꽃도 함부로 필 수 없는

섬이었다

같이 돌아갈

배들도 보이지 않았다

만선의 휘파람을 불던 어부도

숨비소리 내뱉던 해녀도 자취를 감췄다

돌아갈

섬이 없어졌다

입을 꾹 다문 채

섬 아닌 섬으로 떠 있는 섬

사람이 있어도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오름을 타고 넘어 마을에서 마을로

생사를 묻는 안부처럼 떠돌아다녔다

낮이면 집을 태우는 연기가

밤이면 시체를 태우는 불길이

물낯을 번들거리며 와 닿았다

고립된 섬의 마지막 구호 신호처럼

해안가 곳곳마다 만장이 나부끼는 것을

애절하게 지켜보기만 하였다

눈을 피할 수 없는

눈동자로도 지울 수 없는,

사람의 말소리가 그 섬에 있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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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남방고래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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