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생물다양성·보존가치로 보면 ‘수원청개구리’가 깃대종 의미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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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 깃대종이란?


2012년 11월 27일자 본지의 지면을 통해 ‘평택의 깃대종 관리에 대한 유감’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던 것이 벌써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이후 2014년에 대전시는 하늘다람쥐와 이끼도롱뇽, 감돌고기 3종을, 2017년 성남시는 버들치와 파파리반딧불이, 청딱따구리 3종을, 2021년 인천시는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저어새와 금개구리, 점박이물범, 흰발농게, 대청부채 5종을 선정·발표했다. ‘깃대종’이란 용어가 우리 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아직은 친숙하지 않지만 21개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그 인지도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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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수원청개구리

 

지역의 생태적 특성과 생물다양성을 연계하여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란 용어가 있다. 인터넷 두산백과에는 “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종, 또 그 중요성으로 인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종을 일컫는다”라고 나와 있다. 한 지역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개척자라는 이미지를 깃발의 의미로 형상화하여 깃대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깃대종은 1993년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생물다양성 국가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방안으로 제시된 개념으로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생물종을 통틀어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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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위천물줄기를 따라 서식지를 이어오고 있는 쥐방울덩굴과 꼬리명주나비

 

◆ 지자체의 상징물과 한계점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분권 이후 지역을 홍보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슬로건, 심벌마크, 마스코트, 캐릭터, 자연상징물 등 다양한 상징물을 지정하였다. 지자체의 상징물은 무엇보다 지역의 생태문화와 역사의 상품화 그리고 시민들의 고장에 대한 정체성과 소속감은 물론이고 애향심을 높일 수 있어, 이들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 등을 규정한 조례 제정을 통해 지자체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지역 이미지 향상을 위해 더 큰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지자체가 자연상징물을 지역 환경의 특이성이나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종보다는 규모가 있고 화려하며 은행나무와 소나무, 개나리와 철쭉 등 대중적으로 인식 정도가 높은 종을 선정하였기 때문에 지역 간 중복지정된 종들이 많았다. 중복지정의 문제로 인해 상징물을 이용하여 각 지자체의 특성을 적절하게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었으며, 특히 생물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지자체 나름의 특이성 또는 정체성을 나타내려는 목적에 꽃과 나무, 새만으로 한정하는 것 또한 지역만의 특성을 충분히 표현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바로 깃대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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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배다리생태공원을 찾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큰부리큰기러기

 

◆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 사례 


지난 2007년부터 우리나라 국립공원마다 깃대종이 선정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21개 국립공원에 총 41종의 야생생물이 깃대종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그 이후 대전시(2014년), 성남시(2017년), 인천시(2021년)와 같은 지자체에서도 생물다양성을 위해 지역을 대표하는 동·식물을 깃대종으로 지정하고 지역 생태계 보호를 위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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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금개구리

 

2014년 대전시는 산림생태계의 지표종인 하늘다람쥐(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천연기념물 제328호), 국내 희귀종인 이끼도롱뇽,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탁란을 통해 산란하는 특이성을 지닌 감돌고기(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3종을, 2017년 성남시는 시민 의견과 깃대종 선정위원회 토론을 거쳐 버들치와 파파리반딧불이, 청딱따구리 3종을, 2021년 인천시는 지구상에 약 4,500마리만 남아 있고 서해와 인천 등지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조류-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와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 점박이물범(포유류-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서부지역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금개구리(양서류-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영종지구 갯벌에 서식하고 있는 흰발농게(무척추동물-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옹진군 대청도에서 처음 발견된 대청부채(식물-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등 5종을 각각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선정하고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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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맹꽁이

 

◆ 평택시 깃대종에 대한 제언


깃대종이란 법으로 명시한 멸종위기야생생물이나 천연기념물과는 달리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 야생 동·식물을 나타내는데, 치악산의 금강초롱, 왕피천 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산양과 금강송처럼 특정 생태계나 지역을 대표하는 동·식물을 깃발로 표현해 깃대종이라 한다. 적절한 깃대종이란 이 종을 보존함으로써 그 지역 생태계 전체의 회생에 파급효과가 가능한 한 큰 것일수록 좋은 것이다. 


평택호물줄기의 삵과 수달, 진위천물줄기를 따라 서식지를 이어오고 있는 쥐방울덩굴과 꼬리명주나비, 습지의 고장 평택을 대표하고 있는 맹꽁이·금개구리·수원청개구리, 해마다 배다리생태공원을 찾는 큰부리큰기러기 등 우리고장의 경우 깃대종의 의미에 적합한 동·식물이 여럿 있지만 아무리 양보를 해도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 생물다양성, 보존가치를 앞에 두었을 때 수원청개구리만 한 종은 없을 것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어느 때인가는 깃대종선정위원회가 구성되고 시민 공론화를 통하여 이 의제를 다루겠지만 “인구 100만 미래 첨단도시 도약”의 청사진을 내놓고 있는 우리고장에서 우선하여 다룰 시급한 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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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깃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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