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관행적인 숲 관리로 인해 자연생태계 및 동·식물의 소중한 서식지 훼손시키는 요인 되고 있어

시원한 경관 유지 명분으로 마을숲 가장자리 관목 제거... 생물다양성 중요성 안다면 제고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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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


평택시 배다리공원 내에 배다리마을숲 안으로 들어가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면 숲속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피톤치드의 짙은 향과 함께 다양한 모양의 나무들이 제각기 자기 색깔로 다가선다. 찔레꽃, 붉나무, 산벚나무, 일본목련, 노린재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하나하나를 둘러보면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의 종을 알 수 있지만, 수목이 모여 이루고 있는 숲 전체를 바라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생명력 넘쳐나는 숲’이란 관점에서 배다리마을숲을 바라보았을 때 숲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 한 그루 한그루도 소중하겠지만 여러 수목이 모여 이룬 숲과 숲을 구성하는 동·식물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숲 생태는 그 이상의 역할과 연관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가 알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섬세한 의미를 지닐 때가 있다. 숲 전체를 바라본다는 것은 배다리마을숲이 지닌 생물다양성과 관련이 있다. 마을숲을 구성하고 있는 수종은 물론이거니와 이들과 관련된 곤충과 조류, 양서·파충류 등의 생물과 비생물적 환경요인의 상호작용이 만들어 내는 조화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더 깊게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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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배나무 꽃을 찾은 배추흰나비(2022.4.16)

 

◆ 배다리마을숲의 생물다양성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에서 생존하는 모든 종의 다양성과 이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다양성, 그리고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국어사전의 다양성이란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로 많은 특성’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배다리마을숲에서의 생물다양성은 하나의 생물종을 구성하고 있는 개체들 사이의 다양한 유전적 변이 보다는 서로 다른 종의 빈도와 다양성 및 특정한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과 그 생물의 주변 환경과 관련이 깊다.


배다리마을숲 가장자리에서 자생하는 수목 중에 ‘콩만 한 배가 열린다’하여 이름 붙여진 콩배나무가 있다. 4월 12일부터 개화를 시작해 보름 정도 독특한 향기로 주변 곤충을 불러모았는데, 놀랍게도 개화기간 동안 콩배나무 한 종의 꽃을 찾은 곤충의 종수가 무려 11종이나 되었다. 이 기간에 배다리생태공원을 편하게 다니면서 만날 수 있었던 곤충이 노랑나비와 배추흰나비, 양봉꿀벌 정도였다는 것을 비교하면 마을숲 콩배나무 한 종의 꽃을 찾은 곤충의 종수가 두 자릿수를 넘는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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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환경형 생물서식공간 나무더미 안내판(2022.5.1)

 

흡밀식물을 찾은 곤충의 다양성 또한 넉넉했던 것이 나비목 1종, 벌목 3종, 파리목 5종, 노린재목 1종, 딱정벌레목 1종으로 콩배나무 한 종이 개화기를 통해 곤충과의 상호작용의 빈도수는 절대 적지 않았으며, 또한 이들을 먹이로 하는 야생조류의 등장과 먹이를 구하기 쉬운 곳을 그들의 번식지로 이어지는 것을 모니터링하게 되면서 배다리마을숲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키 작고 보잘것없는 나무 한 종이 누군가의 보는 것과는 달리 숲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콩배나무를 시작으로 계속 이어지는 노린재나무, 찔레꽃, 붉나무, 쥐똥나무, 조록싸리 등의 키가 작은 나무로부터 아까시나무, 밤나무 등의 키가 크고 밀도가 높은 나무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함께 모여 주변 생명과 더불어 이루는 숲 하모니는 오랜 시간을 두고 익숙해지면서 배다리마을숲 생물다양성에 부합한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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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배나무 꽃을 찾은 수중다리꽃등에(2022.4.16)

 

◆ 배다리마을숲 생물다양성을 위한 제언


무분별한 개발이 자연 생태계와 수많은 생명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지만, 실제로 관행적인 숲 관리와 생태계 원리에 대한 무지 또한 자연생태계와 동·식물의 소중한 서식지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배다리마을숲에서 자라고 있는 리기다소나무의 서식환경을 좋게 하고 이곳을 찾는 주민들에게 시원한 경관을 유지하고자 하는 명분에 따라 자행되고 있는 마을숲 가장자리의 관목 제거를 포함한 숲 관리는 자연생태계와 더 나아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안다면 무엇보다 제고되어야 할 사업이다. 맹꽁이, 다래나무, 넓적사슴벌레, 호랑지빠귀 등의 주변에 살고 있던 동·식물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그들의 소중한 서식처를 파괴하면서까지 얻게 되는 어떠한 이득이 생태계를 온전히 보존하여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지를 정말 차분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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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마을숲 번식에 들어간 오색딱따구리(2022.4.19)

 

숲은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숲이 인간 사회에 주는 공공의 이익을 ‘공익적 기능’이라 할 때, 이 기능은 산소를 공급하고, 다량의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며, 산림휴양 등의 기능을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먹이 공급과 서식처를 제공하여 생물다양성을 유지해 주는 것 또한 소중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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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마을숲 안쪽 원형보존림의 전경(2022.5.1)

 

배다리마을숲을 중심으로 ‘원형보존림’이란 안내판과 ‘자연환경형 생물서식공간 돌무덤, 나뭇더미’를 직접 숲 안에 조성하고 안내판을 세워 이곳을 찾는 주민에게 소개하고 있지만 생물다양성에 대한 의지보다는 혹 형식에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다.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삶의 질 향상과 함께 다른 생물들의 생존이 식량 안보와 자연재해로 인한 인류의 고통과 경제적 손실 등 우리 인간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을 포함하여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들은 상대가 되는 이쪽과 저쪽 모두가 서로에게 의지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그 균형을 깨는 일은 누구에게도 궁극적으로 이득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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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마을숲 생물다양성을 위한 제언(提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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