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5(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내 마음이 그랬을까요

개심사 왕벚꽃을 보러가다

뭔가를 흘린 것 같아

뒤를 자꾸 돌아보게 되었지요

발걸음이 먼저 앞서 갈 때마다

마음이 열렸다 닫혔다하는 게

숨도 이랬다저랬다 하며 가빠왔지요

너무 이른 방문을 꾸중하는 듯

맨몸으로 마중 나온 배롱나무

범종각 처마에서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며

물고기의 등살이 부딪히는 하늘 너머로

멧새 부리 같은 봉오리가 입을 다물고 있었지요

개심의 경계에 이르지 못한

내 마음을 미리 눈치 채고

벚꽃도 피지 않았던 것일까요

내 마음이 그랬던 것처럼

벚꽃의 지경도 그랬던 것일까요.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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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개심사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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