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완 시인
동녘이 밝아 오는 아침
눈 비비고 일어나
윗목에 차려 놓은 식은 밥상 앞으로 당겨
맨밥을 뚝딱 먹고
몽당연필 깎지도 못한 채
학교에 갑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깨동무하고
길바닥에 먼지 날리면서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었던
어두컴컴한 방
침침한 전등불 하나가 졸고 있는 시장 모서리
아직까지 좌판을 걷지 못하고
장사하고 계실 어머니!
언제 오시렵니까
부엌에 나 홀로 들어 저녁밥 안쳐 놓고
기다리다 지쳐 잠들면
시간은 어느새
밤 열한 시 어깨 너머 자정 열두 시
그제서야 들어오신 어머니는
자식들 끼니 챙기지 못했다며
자신을 향해 언성 높여 혼을 냅니다
왜 그러시는지
그땐 아무도 몰랐지만
나 이제 부모가 되어 보니
내 자식의 배고픔이
곧 나의 배고픔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목이 메어도 또 부르고 싶은 그 이름을
지금도 불러 본다
어머니!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15년 석남문학상 수상. 2018년 공무원문예대전 입선. 2020년 공직문학상 시조부문 은상 수상. 2020년 중앙일보 중앙시조 백일장 11월 장원. 저서 2012년 시산문집<불악산>. 현 박석수기념사업회 사무국장. 현 시원문학동인회 회원. 현 오산시청 식품위생과 식품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