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근모 시인

아내가 7개월 만에
병원에서 퇴원 보따리 싸들고
목발을 짚고 집으로 돌아온다
위태롭게 절뚝 거리는 아내의 뒷모습은
저승길 문턱처럼 쓸쓸하다

늘그막의 황혼길은
정녕 따로따로 가는 길인가
부부의 길이 갈리는 황혼 길목에서
아내가 가는 길을 가만히 불러본다

손발 넷 중에
어느 한쪽도
구원의 손발이 되어 주지 못하는 나는
너무나 불가항력적으로 무력하다
일심동체 부부로서
칠십 년 동안 함께 살아왔건만
혼자 가는 길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구나

길이여 길이여
따로따로 떠나가는 황혼黃昏길이여
이제는 소용없네
칠십 년 지기 부부라도 이제는 소용없네

■ 작가 프로필

▶1940년 보령출생 ▶1992년 한내문학 회원 ▶1992년 시도문학 회원 ▶1993년 월간 <문학공간>으로 등단 ▶1998년 평택문학회 회장 ▶시집으로는 <서해대교 바람결에> <길 위에 길을 찾아서>가 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84185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가 있는 풍경] 아내의 목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