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대놓고 왕따 차별…… 한국인으로 뿌리 내릴 순 없나요?” 굳이 신문지상에 난 기사 제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마당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현실은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기사의 내용인즉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엄마가 중국교포라는 사실로 인해 당하는 아픔을 전하고 있다. 얼마 전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3.1.1. 기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는 어느덧 140만 명을 넘고 그들의 자녀수는 17만 명에 육박(전체 학생의 1%에 가깝고 매년 6,000명씩 늘어남)하건만 아직도 단일민족이라는 케케묵은 명분에 갇혀 사람이 사람을 적대시하는 풍토는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아시다시피 다문화가정의 학생은 피부색이나 가족 구성원의 출신국가가 달라 한국문화를 공유하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 따라서 다문화 인권교육은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각급 학교교육의 프로그램을 다른 나라의 문화양식을 존중하고 동시에 자국문화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롭게 편성하는 것이 옳다.

  다문화교육은 내가 속한 공동체의 문화가 불변하는 고유의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다른 집단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것을 배우고 인정하는 과정이다. 그 중에 다문화지도 그리기가 도움이 되는 것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가운데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길러주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우려하는 해외문화 체험 또한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책의 일환으로써 권장할 만하다. 단지 단순한 여행이 아니므로 하나의 공동체는 물론 다른 국가의 구성원이 누리는 문화 또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야 한다. 당연히 수업 중 무심코 단일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거나 경제적 형편을 들어 소외감을 주는 발언이 끼어들어서는 곤란하다. 서로의 정체성을 무시하거나 관계형성을 방해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고로 어느 장소에서건 아이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출신 성분을 공개하는 일이야말로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뒤떨어진 의식수준과 시대착오적 실상이 못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잘못된 유습(遺習)을 일거에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다 같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면 문제 해결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차제에 몇 가지로 정리해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급별 학교는 물론 정부와 민간이 혼연일체가 되어 여러 나라의 생활양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계도해야 한다. 이는 요즘 한창 강조하는 성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둘째, 안전행정부 관리의 진단대로 지자체의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 통합조례 운영, 밀집지역 슬럼화 방지를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 마련, 관련 예산 확보 등 행정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셋째, 전국 3만여 개소에 달하는 어린이집이 다문화가족을 끌어안을 수 있는 중심체가 되어야 한다. 정부 당국자의 지적처럼 국가에서 다문화 가족이 모이는 각종 행사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자연스럽게 통합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넷째,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맡기고 불법적인 사례를 철저히 조사하여 상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선진국이란 법치국가, 곧 법질서가 확립된 나라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교육은 더 이상 일회성 제안으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내일처럼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빚어지는 문제를 적어도 인간을 향한 예의 차원에서 거론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뜬구름 잡듯이 거창하게 충고하고 질책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예쁜 딸이나 듬직한 아들이 하나 더 생겼다고 사려하면 한없이 고마운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왜들 일꾼 취급을 하면서 분란을 자초하는지 안타깝다. 다시금 당부하건대 끝내 내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남의 처지를 헤아린다면 상대를 포용하기가 한결 쉬울 터다. 정작 아시아를 아우르는 힘은 민간외교에서 나온다. 다른 나라 사람 하나 잘해 주면 가만 앉아 우릴 뽑고 찍는 표를 얻고 다질 수가 있다. 그 진한 인류애를 실천하노라면 당신은 새삼 아담과 하와의 후손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제야말로 차별의 색안경을 벗고 다문화가족을 진정한 내 이웃으로 대접할 때다. <홈페이지 http://johs.wo.to/>

※ 다음호(279호)부터는 <중국 사제동행>이 4회에 걸쳐 이어집니다. 독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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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러브 인 아시아’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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