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남길우(경기도 언론담당관실 신문팀장)

 마음이 통한다 싶으면 상대방에게 자기 속을 죄다 보여주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그 자리에 제3자를 스스럼없이 평하는 `뒷담화`가 빠지지 않는다. 뒷담화만큼 속 시원하고 재미있는 일이 없다지만 쌓인 악감정을 쏟아내며 감정을 소모하는 탓에 뒷담화는 늘 험담으로 흐르기 일쑤다. 문제는 악평의 정도가 심할 때 발생한다. 심한 악평은 제아무리 사사로운 자리였다 할지라도 비밀로 남는 법이 없다. 내가 한 말은 내 마음과는 달리 끊임없이 외부로 확산되고 그것은 돌고 돌아 결국 당사자 귀에 들어간다. 아무리 친한 사이끼리 하는 말이라도 남을 헐뜯는 말을 삼가는 이유이다.

 말은 파동이다. 한 번 뱉은 말은 끊임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파동이 된다. 좋은 말은 좋은 파동을 갖고 있고 행복한 말은 행복의 파동을 갖고 퍼진다. 그러나 남의 불운을 헐뜯은 말은 그들의 원망과 불행으로 진폭이 커져 결국 나에게 불행함을 배달한다.

 하루는 석가모니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는데 누군가가 심한 욕을 퍼부으면서 따라왔다. 그런데도 석가모니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제자들이 안타까워하며 "저런 악담을 들으시면서 왜 가만히 계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석가는 험담을 하며 따라오는 사람을 불러 세운 뒤 "집에 손님이 오면 음식을 잘 차려 대접을 하는가?"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손님이 그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그냥 돌아가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먹어야죠"라고 하자 석가는 "자네 말이 맞네. 그와 마찬가지로 자네가 한 욕설도 자네가 먹게 되는 것이라네"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그때서야 크게 깨닫고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후 석가의 제자가 됐다고 한다.

 요즘 인사철이라 그런지 직장 안팎에서 많은 말이 오간다. 시기와 질투·불만이 가득한 근거 없는 험담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동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비난은 살상 무기요 칭찬은 상생의 도구다. 희망의 소리는 희망의 꽃을 피우지만 상처를 주는 말은 무자비한 역사를 만들 뿐이다. 험담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결국 자신의 뒤통수를 친다는 것을 명심하자. 갑오년, 말의 해의 출발점에서 남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말과 몸가짐을 가지런히 하는 선현들의 지혜를 곱씹어 보길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말은 곧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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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馬)의 해, 따뜻한 말(言)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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